매일신문

"신설 초교 못보낸다"…한 동네서 이사 행렬

포항 대이동 현대·대우 아파트 일부 주민들이 앞 동(棟)에서 뒷 동(棟)으로 옮기는 동네안 이사로 분주하다. 동사무소는 주민등록을 전출입하는 민원인들로 벌써 한 달 넘게 북새통이다.

급기야 위장 전출입 시비가 불거져 행정당국은 일제조사를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주민들의 '한동네 이사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내년 초 개교 예정인 대이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비롯된 일이다.

◆동네안 이사 실태는?

대이동사무소에는 지난 한 달간 하루 평균 30건 가까운 주민등록 전출입 신고가 접수됐다. ▷대부분이 현대·대우 아파트 주민들이고 ▷전출지와 전입지가 같은 대이동 안이며 ▷지리적으로 이동초등학교에 가깝게(대이초교와는 멀리) 옮겼다는 3가지 공통점이 있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처음에는 몇몇이 이동초교와 약간 가까운 거리로 주민등록을 옮겼는데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더 가깝게 옮겨야 한다는 말이 퍼져 한동네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득량동 삼성아파트나 경성아파트 등으로 아예 동(洞)을 넘어 전출가는 이들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 벌어졌나?

대이동은 내년 초 옮겨오는 포항시 신청사를 중심으로 최근 4∼5년 사이 새로 만들어진 동네. 한가운데에 이동초교, 이동중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이동초교는 전교생이 2천500명으로 과밀상태여서, 내년 초 신청사 옆에 정원 1천260명의 대이초교가 새로 개교하면 현 재학생 가운데 상당수와 입학예정자의 일부가 대이초교로 전학가거나 입학해야 한다. 예상대로라면 이동초교 재학생 가운데 상대적으로 학교에서 먼 거리에 있는, 즉 대이초교와 가까운 현대·대우 아파트 주민들 자녀가 대이초교로 가게될 전망이다.

그러나 해당자 대부분이 이런 사정을 인정하지 않고 전학 및 입학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이동초교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거나 우선 급한대로 주민등록부터 옮기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 입장은?

현대·대우 아파트 주민들은 대이초교로 자녀를 보낼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동초교를 두고 먼 거리의 대이초교로 가는 것도 문제지만 삼거리, 사거리를 예닐곱 개나 건너야 하는데다 일부 구간에는 인도조차 없는데 복잡한 시청을 지나 자녀들을 보낼 부모가 몇이나 되겠냐?"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초등학교가 중학교 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이초교 취학을 반대한다는 분석도 많다. 주민들은 이동초교와 이동중학교는 붙어 있어 이동초교를 졸업하면 근거리 배정원칙에 따라 이동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지만 대이초교를 졸업할 경우 차를 타고 시내에 있는 양학중이나 항도중학교로 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이초교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

주민들은 이 같은 의견을 무시하고 포항교육청이 현대·대우 거주 일부 학생들을 대이초교로 배정할 경우 등교 거부 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26일 학구조정위원회를 열어 주민 의견 수용 절차를 밟겠다."면서도 "이동초교의 과밀상태 해소를 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으로 자녀들을 보내는 것이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중학교 배정과 관련한 사항이 주민 반대의 더 큰 이유라는 분석과 함께 "'근거리 중학교 배정'이라는 것은 원칙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장전입 단속

한편 포항시와 대이동사무소는 위장 전입 조사에 들어갔다. 대이동사무소는 24일 긴급 통장회의를 열어 주민 동향을 파악하고 지난 9월 이후 동내(洞內) 전출입과 인근 득량동 전출자를 대상으로 실제 이사 여부를 정밀조사한 뒤 위장 전입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직권말소, 고발조치 등 모든 제재수단을 동원키로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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