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침묵이 답답할 정도로 길다. 국제사회가 선명한 對北(대북)제재를 결의하고 실행에 착수한 것과 딴판으로 계속 헤매고 있다는 인상이다. 핵실험이 터진 지난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부터 그는 모호했다. "상황에 의해서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포용정책에 효용성이 더 있다고 주장하기도 어렵지 않겠는가"… 뭘 어쩌겠다는 얘기인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화법은 북핵 사태를 스스로 종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전직 대통령을 초청하고 여야 지도부를 만났을 때만 해도 조만간 정리된 입장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국가적 안위가 걸린 사안에 대해 모처럼 衆智(중지)를 모으고 초당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세로 평가했다. 그 직후 어떤 결단을 내렸어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햇볕정책을 비판받은 DJ의 불편한 심기를 달래느라 허겁지겁하는 影像(영상)만 국민에 남겼다. 대통령의 體貌(체모)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위기를 맞은 나라의 리더십이 이 모양이니 前職(전직) 대통령이 더 왕성하게 움직이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DJ는 자신의 햇볕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강연 릴레이를 이어가고 수시로 외국 언론을 상대하고 있다. 북핵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게 핵심 주장이다. 국가 원로로서 國論(국론) 결집은 뒷전이고 '개인적 명예'를 지키며 정치적 이문을 챙기려는 심사는 아닌지 아리송할 뿐이다.
노 대통령은 DJ와 유엔 결의 사이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제사회와 공동보조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구체적 共助(공조)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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