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동산 이야기)건설사 눈높이 분양전략을

삼국지에 오나라 주유제독은 공명의 지혜와 지략이 너무 뛰어나므로 그를 제거하고자 했다. 화살 10만 개를 10일내 만들라는 명을 내려 이행을 하지 못하였을 때 명분으로 삼아 제거하겠다는 것이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주유는 공명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공명은 적의 진중에 배를 타고 들어가 집중 공격을 자초하였고, 이윽고 고슴도치가 된 배에서 10만 개 이상의 화살을 획득하여 사흘 안에 주유에게 가져다 줄 수 있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적체돼 있는 가운데 가을 분양시즌을 맞아 신규 아파트 분양이 포문을 열었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지만 더 이상 분양을 미룰 수 없는 건설사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와 신규 공급 시장에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며 일부 매수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먼저 내집 마련 수요자들이나 서민들의 입장에서도 그러하겠지만 정부로서도 3·30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름세에 있다는 말에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이 아닌 지역 부동산 시장으로 보아서는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에 있고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서민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아파트 가격이 더 이상 오르는 것을 멈춰야 할 당위성은 있지만, 일부 수도권에 적용돼야 할 각종 규제 조치들이 지방에까지 동일하게 적용되어 지방 부동산 경기가 너무 얼어붙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도권의 회복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지역 내 신규 분양도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지방시장 분양 방법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시장 침체에 대해 일부에서는 수요를 넘는 공급과잉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고, 그동안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 심리적 저항이 만만찮은 점을 들어 지방 아파트 시장의 구조적 위기를 논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시장상황에 대한 파악 없이 다만 시기가 좋아질 것이라 하여 분양을 하는 것은 '미분양물 적체-신규분양 재개-미분양 물량 증가'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공명이 10만 개의 화살을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시간 내에 만들어 낼 수 있었듯이 일방적인 공급 마케팅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분양정책을 찾아낸다면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할 수 있는 지략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욱 대경대 부동산 경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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