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를 둘러싼 각 이해단체의 갑론을박이 한창 진행 중이다. WTO가 다자주의를 원칙으로 한 세계무역체제로 모든 회원국에게 최혜국 대우를 보장해 주는 반면, FTA는 양자주의 및 지역주의적인 특혜무역체제로, 회원국에만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한다. FTA의 본질은 특정국가 간의 상호 무역증진을 위해 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화하는 협정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여 국가의 총 효용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FTA의 체결은 현 시점에서 세계 경제정책의 부인할 수 없는 주요한 흐름이 되었고,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현실적인 사고인 것 같다. 즉, 글로벌화한 세계경제는 개방과 무역의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들의 대미 수출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미 FTA는 안정적인 대미 수출시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보다 미래지향적,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양국 간의 시장이 허물어져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의 수출과 투자가 촉진되고 동시에 무역전환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협정대상국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산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간단한 경제논리로 이를 설명하면 한미 FTA로 인하여 공산품에 대한 대미 수출수요가 증가하면 수출부문에서의 노동의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수출부문만이 아니라 농업부문에서의 노동비용도 함께 상승시킨다. 그러나 시장개방으로 완전경쟁에 직면해 있는 농산물 생산자는 생산비의 상승을 가격에 전가시킬 수 없다. 즉 농업 생산자는 노동비용 상승 때문에 발생한 이윤의 잠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 농업부문의 높은 지대, 낙후된 기술, 그리고 영농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인해 우리 농업은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한미 FTA가 체결돼 어떤 형태든 다량의 미국 농산물 유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농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첫째,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다양한 선호와 폭을 고려하여 외국산과 차별화하는 신토불이의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 농산물도 이제는 단순히 생산된 상품을 파는 시대에서 팔리는 전략상품을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리 수입이 확대되더라도 육종 및 재배방법, 건조 및 저장방법, 도정작업을 개선한 경쟁우위의 고부가가치 농산물의 생산을 통하여 미국농산물로부터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다. 둘째, 농산물 시장에 대한 능동적인 사고와 벤처정신으로 무장해 지역의 장벽을 허물고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일본은 세계 제 2위의 경제대국인 동시에 세계 제 1위의 농산물 수입국가라는 사실에 유념하여 일본 농산물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다. 셋째, 소비자들의 농산물에 대한 속성의 선호 파악은 곧 생산자에게 신뢰할만한 생산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소비자 지향의 마케팅사고를 확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효용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 원산지, 포장 크기, 친환경농법의 유무, 브랜드, 품종 등 마케팅 요인들의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평가도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친환경적이고 웰빙지향적인 국내 농산물은 소비자로 하여금 수입 농산물에 대한 선호도를 낮게 할 것이다. 넷째, 인구 통계적 분석의 활용을 통한 세대별 농산물의 표적마케팅전략을 수립하여 보다 장기적·체계적 시장접근 방법을 얻을 수 있게 하고,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단순히 사유재(private goods)로써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 우리 환경에 플러스효과를 주는 소위 '농업의 다기능성'을 포함한 농산물의 공공재(public goods)적 가치를 소비한다는 인식과 아울러 지속적인 고객 관계관리방법과 경영에 대한 전략적 사고를 터득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에 직면하여 우리 농업이 살아남을 방법은 정부의 합리적 보조금정책과 동시에 생산자는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로 농촌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자의 소비자 지향적인 농산물 생산·관리 ―농산물의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상품적 가치를 높이고 신속·안전하게 소비자에 전달하는 수확 후 유통관리체계의 구축― 맥락에서 양자 간에 생산가치와 소비가치라는 승승(win-win)전략을 지향할 수 있을 것이다.
허무열(대구한의대 유통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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