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의 4대 창조도시] ②버지니아 버바이오파크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 주도 리치몬드시. 필립 모리스가 생산하는 담배 '버지니아 슬림'으로 더 잘 알려졌던 도시가 이제는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불과 10년 정도 만에 담배 도시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시 전체가 바이오파크=리치몬드 시내에 들어서면 곳곳에 VCU(버지니아 커먼웰스 유니버시티)라는 건물을 볼 수 있다. 바로 버지니아 주립대가 있다는 표시. 담장 안에 있는 우리의 대학과는 달리 시민과 같이 호흡하는 대학임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대학, 기업, 연구소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세계적 바이오센터인 버바이오파크(버지니아 바이오테크 리서치파크)가 활동하고 있다.

◆2008년까지 연구인력만 3천 명=주 정부가 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리치몬드시는 땅을, 대학은 건물을 제공해 클러스터를 만들었다. 1995년 12월 11개 회사로 시작했으나 주 및 연방정부의 연구소들이 속속 입주하기 시작해 현재 55개의 바이오과학 기업과 비영리 연구기관들이 있다. 2천 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연구원, 바이오과학 인큐베이터와 기업화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창립 이래 5억8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대표적인 것이 하워드 휴즈 메디컬 인스티튜트(5천만 달러), 일라이 일리(4천250만 달러), 베링거 인겔하임(2천600만 달러), 머크(1천800만 달러) 등이다.

6개의 멀티플렉스형 빌딩이 건설 중에 있는데 모두 완공되면 3천 명의 연구 인력이 상주하게 된다. 건설 중인 건물 가운데 단연 화제를 모으는 곳은 필립모리스 연구센터. 3천만 달러가 투입돼 필립 모리스의 미래를 좌우할 상품 개발을 하게 된다. 내년 완공 예정으로 연구원만 700명 정도.

각 빌딩은 저마다 특징이 있다. 정신분석학 및 유전학 연구기관들은 바이오테크센터 및 1빌딩, 법의학 연구동은 2빌딩, 건강관련 3빌딩…. 이런 식으로 필립모리스가 입주하는 9빌딩까지 있다.

연수팀이 둘러 본 1빌딩에서는 3만 쌍의 쌍둥이들로부터 데이터를 분석해 같은 가족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병력을 가지는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버바이오파크는 유수의 대기업 연구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업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로버트 스칸다 대표는 "이곳의 인지도를 높이려면 대학의 수준을 높이고 대기업을 끌어 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중소기업은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성공 요인=니콜 엠 콜롬보 버바이오파크 코디네이터는 "VCU를 중심으로 좋은 대학과 기업 간의 완벽한 협조 체계가 오늘날 성공을 이끌어 냈다."고 분석했다. 대학은 좋은 인력과 연구물을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은 이윤을 다시 대학에 투자하는 '윈-윈'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

2004년 설립된 '버지니아 대학 시스템'은 23개 대학들과 연계해 지역 사회에 바이오산업 인력 양성사업을 실시했다. 대학들은 간이 바이오 실험실을 각 고교에 무상 지원하는 한편, 과학자-일선 교사 간 파트너십을 구축해 학생들이 바이오산업을 잘 이해하게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또 "주 정부의 기업친화정책도 주요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유치를 위해 버지니아주는 법인세율을 6%(미국 평균 6.97%)로 내리고 과거 30년간 한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소득세나 부동산세를 감면하고 노동력 제공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을 지원했다. 아시아 국가들에게까지 연락사무소를 설치,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 노력했다.

더욱이 리치몬드는 교통이 편리하고 각종 주요 기관들이 인접해 있다. 워싱턴과 식품의약국(FDA)이 2시간 거리에 있고, 바이오테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립보건원(NIH)이 3시간 거리에 있다. 또 화학과 식품공정 및 제약업이 잘 발달돼 있다. VCU의 메디컬센터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곳 중의 하나로, 메릴랜드에 있는 존스 홉킨스대학과 같은 명성을 누려 왔다.

낮은 부동산 가격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RTP와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에 비해 1/3~1/4 선의 부동산 가격 때문에 연구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 임광규기자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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