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빈집털이 어린 자매

도둑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犯罪(범죄)행위라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지갑을 넘보거나 친구의 물건을 '슬쩍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어른이 돼서 실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게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도둑은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다. 神(신)과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혀놓은 프로메테우스는 전형적인 사기꾼이나 오늘날 인류에게 '문화 영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범죄는 인생을 망가뜨리게 마련이다.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장 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다. 出獄(출옥)한 뒤 하룻밤 숙식을 제공한 미리에르 神父(신부)의 집에서 은촛대를 훔쳤다가 다시 끌려가지만, 신부가 준 것이라고 증언해 풀려난다. 그 뒤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시장으로까지 출세하지만 경찰이 끈질기게 뒤를 쫓아 다시 들통이 나기도 한다.

○…며칠 전, 경찰에 붙잡힌 빈집털이 어린 자매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열두 살 된 초등학교 5학년 학생과 여덟 살배기 동생이 도둑질한 이유가 '쓰고 싶어서'라니 기가 찬다. 2학년 때부터 1주일에 두세 번 정도 갖고 싶으면 주저하지 않고 돈과 물건을 훔쳐온 언니가 얼마 전부터는 동생까지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바로 훔치거나 훔친 돈으로 산 목걸이'반지'귀고리에다 휴대전화까지 가지고 다녔던 이 학생은 도둑질을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잘 모른다. '동네 오빠'들이 시킨 것 같고, '교회 언니'에게 배운 것 같기도 하단다. 부모가 있지만, 도둑질이 나쁜 일이라고 꾸짖거나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 罪意識(죄의식)조차 없다. 몇 번 경찰에게 붙잡혔으나 너무 어려 처벌을 받지 않게 되자 도둑질이 상습화된 경우다.

○…이 학생은 아동상담센터에 들어온 뒤에야 죄의식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어머니를 때리거나 함부로 대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분노를 키우고, 知能(지능)이 좀 모자라는 어머니는 심지어 훔쳐온 물건을 내다팔았다가 입건되기도 한 모양이니 그야말로 슬픈 일이다. 방임과 무관심도 분명 虐待(학대)다. 부모와 사회의 무관심과 방심이 어린이를 어처구니없이 비뚤어진 길로 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자매는 웅변해주지 않는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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