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밴드 노브레인(Nobrain). 영화 '라디오 스타'에 강원도 영월의 유일한 록밴드로 출연한 이들을 보면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밴드 이름이 어쩜 그리도 잘 어울릴까 싶을 것이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청년들인지 '돌출행동'과 '돌출의상'으로 끊임없이 수선대는 이들은 울던 관객도 웃게 만드는, '라디오 스타'의 감초.
"영화 개봉하고 얼마 안됐을 때 일이에요. 거리에서 중년 남자 분이 저희를 알아 보시고는 소주 한잔 사고 싶다고 연락처를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자식들이 우리 음악을 들어도 '시끄럽다. 꺼라' 하실 분이 팬이 됐으니 신기해요. 40대에게 노브레인은 분명 귀기울이기 힘든 밴드였거든요."(보컬 이성우.이하 이)
그 이름도 촌스러운 영화 속 밴드 이스트 리버(East River.동강)가 실제 노브레인의 모습인지 물으니 멤버들 대답이 제각각이다.
"그래도 이스트 리버보다는 노브레인이 좀 더 머리 좋고, 좀 더 정신 있고, 좀 더 감각 있어요. 이스트 리버는 왕단순하고 다혈질이고 극단적이에요."(베이스 정재환. 이하 정)
"(정재환을 보며)아냐. 우리나 이스트 리버나 거기서 거기야. 이스트 리버는 시골 출신이라 오히려 우리보다 순수해."(이)
"그런 면에선 이스트 리버가 우리보다 나아요."(기타 정민준)
"(정민준을 보며)그럼 우리가 순수하지 않단 얘기야?"(드럼 황현성. 이하 황)
어수선한 대답. 노브레인과 이스트 리버는 분명 공통점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영화를 보고 이스트 리버에 애착을 느꼈다면 배우가 아닌 뮤지션 노브레인에게도 시선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노브레인은 올해로 열 살이 된 한국 인디('독립적'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independent'를 줄여 일컫는 말) 음악의 역사와 그 출발을 함께 한 밴드다.
홍대 앞 클럽이자 레이블(음반기획사) 드럭이 실력 있는 밴드 2팀씩을 발탁, 96년부터 발매한 음반 '아워 네이션(Our Nation)' 시리즈는 한국 인디 음악의 첫 걸음이었고 노브레인은 '아워 네이션' 2탄에 밴드 위퍼(Weeper)와 함께 이름을 올린 팀.
"클럽 공연, 인디 음악이 해를 거듭해 가면서 점점 성장하는 관객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헤드뱅잉도 참 어색하게들 하셨는데 이제는 공연을 진정 즐길 줄 아시죠."(정)
'가장 상업적이지 않은 클럽 공연에서 시작한 밴드가 가장 상업적이라 할 만한 영화에 출연했다'며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디는 상업적이면 안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왔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인디가 아닌가요? 우리도 전에는 주류와 타협하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에 묶여 있었어요. '이건 대중적인 멜로디니까 없애자. 이 가사 폭력적이라 참 좋다'. 이런 게 인디는 아니잖아요. 스스로를 묶고 있는 올가미를 푸는 게 오히려 인디 정신 아닐까요? 우리 변한 거 맞아요. 하지만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변할 수도 있었던 거예요."(황)
10년째 인디 밴드로 불리고 있고, 때로는 '인디 정신에 등을 돌렸다'는 비난도 받지만 노브레인은 정작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은 '펑크 밴드'라 했다.
"인디 밴드의 개념이 뭔지, 언더 뮤지션과는 뭐가 다른지 사람들 잘 모르잖아요. 요즘에는 인디라는 말이 유행어가 돼 밴드명 앞에 습관처럼 붙어요. 인디라는 수식어도 메이저라는 수식어도 우리에겐 안 맞는 것 같아요. 우린 그냥 펑크 밴드예요."(정)
노브레인은 내달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10주년 콘서트를 펼친다. 인디 밴드 노브레인이냐. 영화배우 노브레인이냐. 이런 판단보다는 그냥 음악만으로 이들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