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지난 2002년 에이즈에 감염된 한 윤락녀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윤락생활을 계속 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 커피 배달을 나가는 다방 종업원인 은하를 보고 첫 눈에 반해버린 시골 노총각 석중에겐 애인이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이나 주위의 손가락질같은 어떤 조건도 사랑의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사랑하는 은하가 떠나자 석중은 여자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상실에 대한 분노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 그리고 자신에게 향한 적개심 등이 원인이 되어 우울증에 빠진다. 프로이드의 설명대로 석중은 떠난 대상에 대한 분노감을 자기에게로 돌리고 있었다. 동성애자간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영화 '로드무비'에서 사랑의 상실감을 처절하게 연기했던 배우 황정민이 석중 역을 통해 마이너리티의 소외된 사랑을 재연하고 있다.
사랑의 감정은 무엇일까. 종족 번식과 유지를 위해서 수컷은 다수의 암컷과 짝짓기 하려는 경향이 있고, 남자의 대뇌 속에는 섹스와 관련된 상념들이 가득하다는데, 영화속의 석중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는 섹스를 먼저 생각하고, 여자는 남자의 돈을 먼저 생각할 뿐 순수한 사랑이 아직 있기는 한지 의문이 드는 세태속에서, 사랑이라는 감정도 더 나은 기능을 위해 진화해가는 유용한 도구에 불과한 것일까.
사랑은 두 사람만의 개인적인 차원 뿐만아니라, 그들이 속한 사회적 역동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하의 어두웠던 과거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알려졌을 때, 두 사람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이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는다. 에이즈라는 병을 도덕적으로 타락한 삶의 결과물인양, 옷깃만 스쳐도 전염되는 병으로 치부하여, 환자를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주변의 돌팔매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영화는 애드가 A. 포우의 시 '애너밸리'와 비슷한 감동을 전해준다.
"우리는 사랑보다 더한 사랑으로 서로 사랑했지요, 나와 애너벨리는/ 하늘의 날개 돋친 천사님들도/ 우리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바로 바로 그 때문, 그 옛날 바닷가 이 왕국에서/ 오밤중 구름에서 바람이 불어 닥쳐/ 그녀를 내게서 앗아가 버렸지요/....저 하늘 위 천사들도 바다밑 물귀신도/ 어여쁜 애너벨 리의 영혼과/ 내 영혼은 떼 놓을 수 없답니다/ 밤새도록 나의 애인, 나의 사랑/ 나의 목숨, 나의 색시 옆에 누워 있어요."
김성미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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