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색 턱시도를 입은 신랑 박정철(36) 씨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휑하니 시렸다. 북한에 있는 가족이 생각나서다. "이렇게 좋은 날 같이 사진이라도 찍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괜찮다.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신부 김용실(36) 씨가 옆에서 웃고 있기 때문이다. 생후 100일 된 아들 민혁이를 생각하면 금세 힘이 불끈 난다. "이 얼마나 좋은 날인가."
25일 오후 동구 효목동 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45쌍의 부부가 합동 결혼식을 올렸다. 돈이 없어, 아니면 돈이 있어도 기회를 놓쳐, 주변 여건 때문에 지금껏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이들은 이날 그 한을 풀었다. 60평생을 함께 살아온 전문권(81) 씨 부부도 "신혼 때 기분"이라며 소풍 나온 어린애처럼 마냥 즐거워 했다.
하객 500여 명도 함께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도 참석,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며 박수를 보냈다. 자원봉사로 신부 도우미 역할을 자청한 추명순(43) 씨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신 분들이어서 그런지 결혼식이 더 소중해 보인다."고 했다. 이날 결혼식은 국제라이온스협회 대구지구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장애인 및 저소득층, 탈북자, 고령자 등 45쌍을 대상으로 마련한 합동결혼식.
결혼식을 기획, 예산을 부담한 국제라이온스협회 대구지구는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함원환 국제라이온스협회 대구지구 총재는 "기회를 놓쳐 결혼을 제때 하지 못하는 것만큼 가슴 아픈 게 또 있겠느냐."며 "풀지 못한 숙제를 함께 해결한 것같아 뿌듯할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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