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를 상기해보자. 1대1로 팽팽한 8회초 2사3루에서 안경현의 2루타로 승기를 잡은 두산은 곧이어 마무리 정재훈을 등판시켜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9회말 1사후 대타 김대익의 극적인 동점홈런으로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고 연장 12회말 1사3루에서 김종훈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면서 삼성이 내내 어렵게 끌려가던 경기를 이겼다.
이후 삼성의 2연승으로 시리즈는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이렇듯 단기전에서는 이길수 있는 경기를 놓치면 반전의 기회는 잘 오지 않는 법이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2차전의 역전패를 생각해 3차전에서는 초강수를 연발했다. 5회말 잘 던지던 하리칼라가 2사 만루를 허용하고 타석에 4번 타자 김태균이 들어서자 곧바로 권오준을 투입했다. 3구 삼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8회초 선두타자 김태균이 권오준의 초구 몸쪽 직구를 좌중간 홈런으로 연결하자 이번에는 서슴없이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오승환은 변화구가 잘 듣지 않자 직구를 고집하다 심광호에 동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두 점을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하고 무모한 맞대응이 가져온 결과였다. 권오준이 다소 이른 시기에 올라 자연히 오승환도 이른 시기에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인데 급하면 뭐든 탈이 나는 법이다. 구위는 좋았지만 두 선수 모두 너무 급하게 승부를 시도한 것이 문제였다.
종반의 동점 홈런과 구대성의 등판으로 경기 흐름이 한화쪽으로 돌아섰다고 생각하는 순간, 선감독은 오히려 그때부터 냉정하게 마운드를 운용했다. 오승환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리고 적절한 시기에 오상민-임동규-권혁-임창용을 마운드에 올려 종반의 위기를 잘 막아낸 것이다. 선수들도 여기서 지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으로 맞섰다. 양준혁마저 스스로 희생번트를 대면서 팀플레이를 펼친 삼성은 마침내 재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이 명승부의 끝이 아니었다. 가까스로 상황을 반전시킨 선 감독은 마지막 최후의 최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장 12회말 1사후 4차전 선발 예정이었던 배영수를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최대한 빈틈을 줄이려는 의도였고 그 의도대로 귀중한 결승점은 지켜졌다. 우승을 위해 꼭 넘어야할 그만큼 중요한 의미의 3차전 이었던 것. 만약 연장전에서 한화가 이겼다면 지난해 한국시리즈의 복사판이 되지 않았을까?
최고의 카드를 쓰고 실패하면 그만큼 후유증도 크다. 그러나 최고의 카드를 쓰지 않고 망설이다 후회하는 감독은 결코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다. 선동열 감독으로서는 최대 위기의 고비에서 슬기와 패기로 이를 극복한 3차전이었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