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르포 낙동강] ⑬임하댐 탁수

임하댐에 가면 볼거리가 많다. 안동지역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적, 인공의 거대한 댐이 함께 호흡하는 곳이다.

댐에 담긴 시퍼런 물은 방문객을 상념에 젖게 한다. 그러나 댐 상류로 조금만 올라가면 물은 제대로 된 빛깔을 갖고 있지 않았다. 뿌옇다는 느낌이 든다. 탁수현상이다.

임하댐은 '한국의 황하(黃河)'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년중 내내 물은 뿌연 상태가 계속되고 여름철에는 아예 흙탕물로 변한다. 댐 상류에서 토사가 지속적으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댐 자리를 잘못 잡은 탓이다. 임하댐 물을 공급받는 안동, 영천, 대구 인근과 낙동강 하류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철거할 수도 없고 완벽한 대책도 세울 수 없는 골치거리 댐이다.

■왜 이럴까?

'이 다목적댐 공사를 시작한 때가 1984년 이었는데 환경문제는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1993년 12월 댐 완공후 탁수현상이 이처럼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국내에서도 드문 퇴적암 지대(영남지역에 일부 분포)에 댐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지질학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댐을 건설한 것이다.

임하댐 상류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검붉은 색의 돌을 많이 보게 된다. 영양 입암면과 영양읍내를 지나 한참을 가도 주변 도로나 파헤친 산등성이는 대개 검붉은 빛깔이다. 반변천(영양 일월산에서 발원해 임하댐으로 흘러들어감)수계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이 붉은색 셰일(shale)이 탁수현상의 주범이다.

점토질 퇴적암인 셰일은 공기에 노출되면 금새 푸석푸석 해지고 마치 식물 껍질처럼 결에 따라 벗겨지는 암석이다. 여기에서 잘게 쪼개진 미세가루가 반변천에 둥둥 떠다니다 임하댐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때문에 여름철 비가 왔다고 하면 물은 뿌연 황토물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탁수현상이 2003년에는 315일, 2004년에는 1년 내내 지속되기도 했다.

조사연구팀의 오대열 박사(자연생태연구소·지질학)가 반변천과 인근 용전천(청송일대)유역 토양의 침강 상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용전천 유역의 토양은 쉽게 가라앉았지만 반변천 유역의 토양은 8일이 지나도록 물에 가라앉지 않았다. 오 박사는 "이 미세가루는 음이온의 성질을 띠고 있어 입자끼리 서로 밀어내면서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떠다닌다"고 말했다.

■생태계에는 어떤 위험이 있나?

수중생물은 물에 떠다니는 부유물질을 먹고 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임하호 인근의 수중생태계가 황폐하고 파괴된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수계 관리위원회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임하댐 생태 보고서에는 "탁수로 인해 임하호 수계의 종다양성이 급격히 줄고 평균 생태점수도 인근 안동댐 수계(76점)의 절반도 안 되는 37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을 정도다.

조사연구팀의 심재헌 박사(경북자연환경연수원·곤충학)가 수서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탁수 영향을 받는 임하호 인근과 비탁수 지역인 길안천 일대를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임하호에서는 몽땅하루살이, 두점하루살이, 꼬마민강도래 등이 아예 출현하지 않거나 개체수가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 박사는 "미세먼지가 바닥에 깔리면서 이들 곤충의 서식처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및 어류들은 물에서 미세먼지를 흡입하면서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었다. 임하호에서 채집한 옛하루살이를 살펴보면 기관아가미(수중 곤충들이 수중 산소를 섭취해 호흡하는 기관으로 배나 직장 표피에 튀어나와 있음)표면에 미세먼지가 잔뜩 붙어있어 가스교환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붕어의 아가미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점토질로 보이는 이물질이 많이 붙어있어 호흡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인간이 거대한 댐을 만들어 놓았지만 자그마한 먼지 알갱이 앞에서도 여전히 무기력하다는 현실을 보게 된다.

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학술조사팀=영남자연생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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