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체르노빌 참사와 북핵

북의 핵실험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너무 단선적이고 안이하다. 6자회담이나 안보리 결의 등을 두고 벌이는 온갖 신경전과 협상은 다급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핵이 얼마나 위험하고 끔직한 것인가를 국민이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핵폭탄이 가져올 수 있는 비극을 깊이 인식할 때,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당국의 노력에 국민적 합의와 힘이 더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메이지 대학의 교수였던 나카무라 유지로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에 관해 정리한 내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1986년 4월, 구 소련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옛 수도 키에프 부근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대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 직후 진화 작업에 나선 직원과 소방관 등 약 300명이 급성 피폭 증상을 보였다. 1개월 이내 사망한 피폭자는 31명이었고, 사고 원자로에서 약 30 킬로미터 이내의 주민 13만5천명이 집과 전답을 잃었다.

사고 원자로는 위험 방지를 위해 석관 모양으로 콘크리트를 덮고 약 800년에 걸쳐 계속 감시하도록 조치가 내려졌다. 이 폭발로 인한 방사선 물질은 우크라이나 지방에 있던 저기압 때문에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유럽 전역을 오염시킨 후, 편서풍을 타고 멀리 8천 킬로미터 떨어진 일본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서독 및 동유럽에서는 기형아 출산을 겁낸 수많은 여성들이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어떤 학자는 체르노빌 사고를 묵시록적인 함의를 가진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체르노빌'이란 말은 '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구약 성경 예레미아 9장 14절에 나오는 '쑥(우리말 성경에는 '소태'로 번역되어 있지만 영어 성경에는 쑥을 뜻하는 'wormwood'로 나와 있다)을 먹이고, 독물을 마시게 한다.'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쑥'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내리는 벌을 의미하기도 한다.

체르노빌 사고는 당시 소련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으로 인한 정보의 공개성 문제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의 비밀주의와 폐쇄성 역시 우리를 두렵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북핵 사태를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정치권은 정치권 나름의 대응책이 있을 것이고, 교육계와 시민단체는 또 다른 관점과 적절한 대응책이 있을 것이다.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는 핵무기가 가져올 수 있는 끔직한 결과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과 경각심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북핵 사태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생존과 안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추태귀(상주대의상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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