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잔씩 빼 마시는 자판기 커피. 믿고 마실 수 있을 만큼 위생상태가 괜찮을까. 그 속사정(?)이 궁금해 대구 북구보건소의 식품 자동판매기 위생점검을 따라갔다.
24일 오후 동구도서관 맞은편. 작은 구멍가게 옆에 커피·캔음료 자판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가게 주인은 "청소는 자주 하는 편인데···."라며 쭈뼛거리며 열쇠를 꽂았다.
"국산차 파는 겁니까?"라고 북구보건소 윤기봉(36) 담당이 묻자 주인은 "국산차는 찾는 손님이 없어 사용이 안 될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300원을 넣어 '국산차'를 누르자 뜨거운 물에 까만 찌꺼기 뭉치가 둥둥 떴다.
상태는 심각했다. 일회용 컵에서 흘러내린 찌꺼기 받침대에는 곰팡이 덩어리가 떠다녔다. 한 주민은 "에그머니나. 이 냄새는 뭐야?"라며 콧두덩을 움켜잡았다. 커피 수요가 많다는 한 대학 도서관 앞. 홍성숙(37·여) 담당이 "생수를 얼마나 자주 갈아주느냐?"고 묻자 관리직원은 "생수는 떨어질 때마다 넣고, 생수통은 한 달에 한 번씩 교체한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문을 열자 커피, 크림 등 재료봉지는 개봉돼 있어 벌레나 먼지에 무방비 상태였다. 6개월마다 갈아주어야 할 정수필터, 살균필터 점검란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대학생 김상모(27) 씨는 "하루에도 5잔씩 빼 마시는 자판기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뜨거운 커피니까 살균이 됐겠거니 생각했다."고 허탈해 했다.
복현오거리 한 주유소에 있는 자판기에는 '영업신고번호'도 없었다. 관리자와 전화 통화를 하려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윤기동 담당은 "점검을 하려 해도 사업자와 연락이 되지 않거나 출장중이라는 등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식당 등 일반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커피자판기는 등록조차 되지 않아 위생점검이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오로지 주인의 양심에 맡겨야한다는 말이었다.
박세운 북구보건소 보건위생과 과장은 "실제로 신고되지 않아 '위생 무방비' 상태인 자판기가 넘쳐나고 있다."며 "인력부족에다 업무량도 많아 제품 유통기한 경과 여부나 보관상태를 점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북구에 신고된 일회용 커피자판기는 1천160개이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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