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86 운동권 간첩 혐의' 수사 수위에 정치권 촉각

북한 공작원 접촉 및 고정간첩 혐의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등 공안당국이 수사를 정치권과 386 재야 운동권으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과 재야 운동권이 공안당국의 수사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참여 정부들어 잠잠하던 공안사건이 다시 불거지자 정치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특히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은 아직까지 논란의 확산 여부를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사건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이고, 한나라당은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민주노동당은 공안당국의 수사확대와 수사방향이 자당에 쏠릴 우려가 있자 '조작사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열린우리당도 이번 사건을 썩 달가와 하지만은 않고 있다. 민노당은 27일 성명을 통해 "밥그릇 지키기에 열중인 공안당국의 시대착오적 조작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성명은 "단순한 의혹만으로 '반국가 행위' 여부를 공개적으로 떠드는 것은 민노당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도 이날 "사실 부분을 정확히 조사하고 규명해야지 섣불리 단정지어 얘기하는 것은 신중치 못한 행동"이라며 "특히 민노당 최기영 사무부총장과 접촉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많다고 하는데 사람 만나는 것이 주업무인 부총장이 다른 당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27일 오전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공안당국이 사명감을 갖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또 정치권은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근거없는 비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야 운동권=26일 구속된 장민호 씨의 자택 및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메모에 386 재야 운동권이 긴장하고 있다.

이 메모에는 민주노동당 최기영 사무부총장을 비롯, 전 국회의원 보좌관, 시민단체 관계자, 재야인사 등 6명의 이름이 적혀 있어 이번 수사의 방향타가 될 중요한 단서로 여겨지고 있다.

공안당국이 장 씨가 작성한 메모가 이번 수사를 진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단서라고 보고 압수수색 및 체포영장에도 이 메모의 존재를 적시했을 정도다.

장 씨가 운동권 출신 386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당장 장 씨와 직접 관련이 없는 386 재야 인사들도 혹시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메모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공안사범'으로 몰리지는 않는다. 장 씨도 메모에 적힌 인사들은 접촉대상일 뿐 간첩 활동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단순히 장 씨의 의도에 따라 일방적으로 이름이 적힌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제 장 씨와 함께 북한 당국을 위한 이적행위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법처리를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메모의 파장은 기존 법조비리 사건 등에 단골로 등장한 리스트와는 차이가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윤상림 씨 등 법조 브로커의'인맥과시용'리스트와는 무게가 다르다는 게 공안당국 안팎의 분석이다.

장 씨의 다른 압수품 가운데 메모 외에 연락방법이나 보고방식을 적은 파일 등 북측과 교신한 증거가 발견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선 검찰은 장 씨와 함께 북한 공작원을 만난 혐의를 받고 있는 손모 씨에게 민노당 관련 정보를 장 씨에게 전달했는지, 최기영 사무부총장과 관련된 보고를 장 씨에게 전달했는지를 추궁했다. 메모 말고도 손 씨가 뭔가 장 씨를 위해 활동을 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물증을 공안당국이 이미 확보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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