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먼교?" "삶에 지친 분들을 공짜로 안아드립니다." "거, 대구 사람들이 남한테 안기나? 아들 뻘인데 내가 안기 볼까? 호호호."
지난 2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오고 가는 인파 속에서 명승규(24) 씨는 7시간째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당신의 지친 마음을 공짜로 안아드릴게요. 프리허그(Free Hug).' 명 씨의 손에 들린 현수막을 보며 사람들이 수군댔다. "안아준다고? 저게 뭐야?" "너도 한번 안겨봐." 쑥덕이는 연인들과 무심한 듯 지나치는 사람들. 그 때 갑자기 20대 청년이 다가와 명 씨에게 덥석 안겼다.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청년이 자리를 뜨자 명 씨는 손에 든 현수막을 다시 치켜들며 미소를 지었다.
같은 시각, 중구 엑슨밀라노 앞에서는 이현석(22) 씨가 '프리허그'에 한창이었다. 힐끔거리는 20대 연인에게 이 씨가 다가갔다. "믿고 한번 안겨보세요. 가슴이 따뜻해 질 겁니다." 어색하게 이 씨와 포옹한 연인이 부끄러운 듯 재잘대며 자리를 떴다. 이 씨는 "아직 대구 시민들은 누군가를 안고, 안기는데 익숙하지가 않네요. 그래도 관심을 보이는 분들은 많아요."라고 했다. 그는 "적극적인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함께 산다는 것, 작은 힘으로도 누군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바로 프리허그의 매력"이라고 했다.
'프리허그'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자유롭게 껴안기(Free Hugs)' 운동. 2년 전 호주의 후안 만 씨가 시드니 거리에서 '프리허그'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안아주면서 시작됐고, 이를 친구 사이먼 무어 씨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리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국내 네티즌 사이에 동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서울과 부산을 거쳐 대구에도 상륙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 씨 본인도 "사실은 얼마 전까지 부모님이나 친구들을 안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안는 게 그저 어색했고 무안했다는 것. 그랬던 명 씨가 이날 하루 안아준 사람만 70명이 넘었다. "많은 시민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준 거잖아요. 그 분이 다른 사람을 안아주면 따뜻한 정은 끊임없이 흐르는 거죠." 대화 도중, 명 씨에게 한 여학생이 다가왔다. "안아주실래요. 저 오늘 대학 합격했거든요." 명 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명 씨는 "내년 1월 프리허그의 본고장인 호주로 가서 '안아주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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