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회전문 인사'

은혜를 갚는 일 가운데 人事報恩(인사보은)은 늘 말썽을 거느린다. 평소 신세를 진 사람, 뜻이 맞는 사람, 출마 권유를 받고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진 사람 등을 다시 要職(요직)에 임명해 은혜를 갚는 데는 거의 예외 없이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인사를 세간에서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라고 부르다가 요즘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자 '회전문 인사'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코드 인사'라는 말엔 비밀스러운 뭔가가 있는 것 같아 그런대로 근사해 보인다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도 그렇지만, '회전문 인사'는 웃지 못할 코미디 냄새가 난다고들 한다. 점잖아 보이는 신사가 회전문을 잡고 뱅뱅 도는 장면이 연상되기 때문일 게다. 더구나 이런 인사는 공직 관련 인사 규칙을 어기는가 하면, 심한 경우 憲法(헌법)까지 안중에 없는 '위반'으로 가기도 한다.

◇청와대가 어제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전 민정수석, 오영교 전 행자부 장관,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을 정무특보로 임명하고, 최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에 임명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는 정책특보를 겸하게 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특보단이 이강철 정무, 이정우 정책, 한덕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보 등 3명에서 8명으로 대폭 확대, 그 무게가 거의 '小內閣(소내각)'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인사는 北核(북핵) 사태의 와중에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 이종석 통일부 장관, 김승규 국정원장이 연쇄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갑자기 이뤄져 '우선순위를 무시한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이 10'25 재'보선 참패로 해체 논의에 휩싸이는 상황이지 않은가. 비판받아온 대통령의 인사 특징이 '막가는' 느낌이다.

◇노 대통령의 인사 원칙엔 변하지 않는 '四不(사불) 요소'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참여정부에 대한 충성도, 개인적 인연이나 의리로 맺어진 사이, 반대 여론을 무시하는 오기, 계속되는 측근 중용 등이 그런 요소들이다. 청와대는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나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내세워 오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에 청와대와 정부에 들어가고 내보내는 인사의 底意(저의)가 의아할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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