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산시 자인면 대경대학 내 패션쇼 공간인 '아라모드'. 우리 민요 '아리랑'이 은은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2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에 이르는 남녀 30여 명이 패션모델이 돼 무대를 오가며 한껏 멋을 뽐냈다. 하얀 웨딩드레스, 빛깔 고운 한복, 그리고 턱시도를 차려입은 이들은 처음엔 어색한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워킹과 포즈를 가르쳐주는 교수·학생들의 친절한 지도에 따라 패션모델을 방불케 하는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포즈를 취하거나, 부드럽게 턴을 하는 등 동작 하나하나가 전문 모델 못지 않았다. 플로어를 오가는 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와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부부끼리 손을 잡고 무대를 행진하는 순서에서는 앙드레 김 패션쇼에서 봤음직한 포옹과 '정면 주시'를 하는 커플들도 보였다.
이날 패션모델이 돼 무대에 선 이들은 인도네시아 관광객들. 5박 6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이들은 대구시와 대경대학이 함께 선보인 '대구패션뷰티투어'의 하나로 패션모델 체험행사를 가진 것.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 섰던 존피스 씨는 "패션모델이 돼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워킹을 한 것은 색다른 경험"이라며 '판타스틱(환상적)'이란 감탄사를 연발했다. 초록색 한복을 입고 패션쇼를 펼친 한나(여) 씨도 "한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 것은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무대에 직접 선 사람들은 물론 아빠와 엄마, 아들, 며느리들이 출연하는 패션쇼를 직접 지켜본 이들도 "바구스(인도네시아 바하사어로 멋지다는 말)" "찬틱(아름답다)"이란 말을 쏟아냈다. 전주와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서 한 관광보다도 대구에서 경험한 패션뷰티투어가 더 흥미롭다는 말도 이어졌다.
지난 9월 대구시와 대경대학이 국내 인바운드(외국 관광객 유치) 여행업체를 대상으로 패션뷰티투어 홍보설명회를 연 이후 벌써 두 팀이 대구를 찾았다. 22일 25명에 이어 26일 60명이 패션뷰티투어를 했고, 12월엔 350여 명이 대구를 방문하기로 한 것. 최재덕 대구시 관광과장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관광상품 경우 홍보설명회 이후 보통 3~6개월이 돼야 첫 관광객이 들어오는데 이 상품은 한 달여 만에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반응이 빠르다."고 귀띔했다.
패션뷰티투어는 대구가 지닌 여건을 십분 활용,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였다는 데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패션과 메이크업 등에서 강점을 가진 대경대학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노력 중인 대구시가 이 상품을 공동으로 개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앞으로 일본, 중국 등으로 관광객을 넓히고 내국인들도 참여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경대학은 3억 원을 들여 언제든지 패션쇼를 할 수 있는 공간인 '아라모드'를 만드는 열성을 보였다. 외국인 관광 불모지로 여겨졌던 대구가 패션뷰티투어를 시작으로 성형, 의료, 한방 등 '체험관광'의 메카로 힘찬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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