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배와 칼

리안 아이슬러 지음/김경식 옮김/비채 펴냄

'다빈치 코드'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성배가 바로 여성, 여성의 몸이었다는 점이다. 댄 브라운이 참고한 책이 바로'성배와 칼'이다.

'칼'은 평화와 공존보다는 경쟁과 대립을 중요시하는 남성중심문화를 상징한다. 왜 인류는 칼을 들게 됐을까? 지은이는 신석기문화를 연구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어느 시기보다 평화로운 이 시대는 여신을 숭배했다. 그러나 철기로 만들어진 칼의 공격으로 무너지고, 아직까지 인류는 폭력이 동반된 '칼의 역사'를 살고 있다.

이 책은 여성의 관점에서 본 인류의 역사서다. 소외된'역사의 또 다른 반쪽'의 자기 찾기 여행이다. 지은이 또한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고향 빈을 떠나 쿠바까지 유랑하다, 결국 미국에 정착해야 했다. 예술, 고고학, 종교, 사회과학, 역사 등 모든 영역에 접근해 '칼의 문화'가 성배를 짓밟게 된 역사를 쓰고 있다. 아울러 미래의 평화는'성배의 문화'를 살리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방대한 분량으로 읽기가 쉽지 않다. 각주와 지도, 연대기, 찾아보기만 해도 100쪽에 이른다. 인류학, 여성학, 사회학까지 망라된 이 책을 두고 인류학자 에슐리 몬터규는"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500쪽. 2만3천원.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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