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시대. 남자들도 더 이상 패션의 '주변인'이 아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시대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머리나 수염을 기르는 것. 하지만 머리나 수염을 기르는 남자들을 보는 일반적인 시각은 여전히 '글쎄요'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 같은 모험(?)을 택한 것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 꽁지머리 사장 도현욱씨
도현욱(36·TK레포츠 대표) 씨를 처음 보는 순간 자연스레 그의 꽁지머리로 눈이 갔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그가 꽁지머리를 한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명확했다. "남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죠."
스포츠형 머리로만 살았다는 도 씨는 5년 전부터 과감하게 머리를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특별히 명함 하나로 남들에게 제 자신을 각인시키기는 힘들 것 같고요. 뭔가 제 이미지를 확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죠. 처음엔 수염을 보름 동안 길러봤는데 주위에서 지저분하다고 모두 깎으라고 하더라고요."
초창기에는 어색해서 머리카락을 여러 차례 깎으려고도 마음먹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밴드로 묶을 수 있을 정도로 머리카락이 한움큼 잡히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본 사람들은 연예계 데뷔했냐는 둥 작가가 됐냐는 둥 모두 놀라더라고요. 초등학생인 딸 운동회에 갔을 때는 또래 아이들이 여자 같다며 자꾸 쳐다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도 씨는 머리를 기른 뒤 '이미지 메이킹'에 확실히 성공했다고 웃었다.
도 씨는 긴 머리를 특별히 관리하지는 않는다. 그저 머리를 감고 묶으면 그만이라는 것. 머리카락이 길어 감고 말리는 데 시간이 배로 들고 여름 같은 때는 땀도 많이 나는 단점은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도 씨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보통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 20~25분 정도가 걸리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한 템포 빨리 움직여요."
◇ 털보 성악가 최덕술씨
이젠 텁수룩한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는 최덕술(44·성악가) 씨. 턱 주변을 수북이 메운 수염이지만 왠지 그와는 '찰떡궁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995년 대구시립오페라단에 들어가면서 기르기 시작했다는 수염은 그의 연륜을 대변하는 듯했다.
"초창기 오페라를 할 때였어요. 수염 분장을 하는데 본드를 사용해서인지 알레르기성 재채기가 나더라고요. 어차피 계속 오페라를 해야 하니까 이참에 아예 수염을 길러보자고 결심했죠." 얼굴이 동안이라는 주위의 얘기도 수염을 기르게 된 계기가 됐다. "요즘은 동안이라는 말이 좋은 의미로 쓰이지만 당시엔 그 말이 조금 거슬리더라고요." 4년 전쯤엔 기르던 수염을 확 깎아버리는 모험(?)도 해봤다. 하지만 "수염이 없으니 이상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젠 제 수염이 다른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서 유명세를 타고 있죠. 예술 쪽에 있으니 직업과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고요."
최 씨가 무턱대고 수염을 기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나름대로의 관리가 철저하다. 보름에 한 번꼴로 정리하는 일을 빼먹지 않는다. "항상 수염이 2, 3㎝가 되도록 유지합니다. 오페라 할 때는 두 달가량 아예 손을 안대기도 하지만요." 최 씨는 "수염이 본인한테 어울린다면 개성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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