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의회가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의원'의 여성용 화장실 이용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탈리아의 첫 트랜스젠더 정치인인 공산주의 재건당(PRC) 소속 블라디미르 룩수리아(41) 하원의원은 27일 여성용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야당인 포르자 이탈리아당 소속의 동료 여성의원인 엘리자베타 가르디니 의원과 마주쳤다.
쇼걸 출신으로 포르자 이탈리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가르디니 의원은 룩수리아 의원과 마주치자 "여기는 여성용 화장실이니, 당신은 여기 있어서는 안된다"고 즉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고 28일 이탈리아 언론이 전했다.
성전환 수술은 받지 않고 여장(女裝)만 하고 다니는 룩수리아 의원(본명. 울라디미로 과다뇨)은 "지난 몇년간 여성용 화장실을 이용해 왔지만 그런 폭력적인 언사로 공격을 당할 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성애자이자 동성애권 옹호자였던 '그녀'는 "어느 누구든 자유롭게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나는 트랜스젠더"라면서 "남성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훨씬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가르디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 남자'가 거기에 있을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내가 들어가 그를 보았을 때 나는 폭력, 성적 폭력을 느꼈다"면서 "도대체 왜 내가 그런 느낌을 가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가르디니 의원은 이어 이번 사건은 의회 조직의 문제라면서 룩수리아 의원만을 위한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 줄 것을 하원측에 촉구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곧바로 이탈리아 하원을 뒤흔들어 각당 원내총무들이 이 문제로 협의하기에 이를 정도였다.
집권 중도좌파연합 소속 의원들은 룩수리아 의원을 동정한 반면 야당인 중도우파연합 의원들, 특히 가톨릭계 의원들은 가르디니 의원을 지지하고 나섰다.
여야 총무들은 이날 긴급 회동해 이 사태를 논의한 결과, 하원 대변인에게 '해결'을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파우스토 베르티노티 하원 대변인은 "의회는 타인에 대한 존중, 또는 최소한 관용을 결여해서는 안된다"며 "이런 일이 벌어져 유감"이라고 말한 뒤 "성적 지향 및 성격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완전히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독교민주당(UDC)의 루카 볼론테 하원 원내총무는 "내가 아는 한 남성과 여성, 단 두가지 성(性)만이 존재한다. 가르디니 의원은 여성이고, 과다뇨 의원은 남성이다"라며 "베르티노티 대변인과 다른 이들이 그외에 다른 성도 있다고 믿는다면 그 문제에 관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공식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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