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에 따르면 군생활 중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을 앓게 된 경우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게 돼 있지만 등록절차가 까다롭고 질환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워 대부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90년 4월 군에 입대한 뒤 전투경찰로 복무 중 정신분열증을 일으켜 1년만에 직권면직돼 제대한 N씨는 "상급자들의 계속되는 폭행과 폭언, 인격모독 등 가혹행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났다"며 국가유공자 등록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구지방보훈청은 전투경찰 복무로 병이 난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N씨의 국가유공자등록을 거부했고 N씨는 이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구지방.고등법원에서 열린 1, 2심 재판에서 잇달아 패소했다.
93년 12월 육군에 입대해 관측병으로 복무하다 95년말 정신이상징후를 보여 국군병원으로 후송된 뒤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올해 초 만기전역한 K씨도 비슷한 경우.
K씨는 "분대장으로서 간부들과 분대원 사이에 끼어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 스트레스로 정신 질환을 앓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보훈청과 법원은 역시 "정신분열증과 군복무 중 스트레스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K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은 군인이나 경찰, 공무원이 직무수행과 관련해 부상을 입거나 질병을 앓게 됐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질병에는 정신질환도 포함된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군복무중 정신질환을 일으킬 경우 원칙적으로는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쳐 정부 보조를 받게 되지만, 이 질환이 군 공무수행으로 인해 생겼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을 환자 본인에게 지운다는 것이 문제.
N씨의 경우 법원은 "N씨가 상급자로부터 구타 및 기합을 받았으나 엄격한 규율과 기강 확립을 위한 것으로 그 정도가 크게 중하지 않고 근무기간 동안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만한 작전 참가나 사고가 없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또 K씨의 경우엔 "분대장으로 직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 기간이 2~3개월에 불과하고 특별한 가혹행위가 있었던 증거도 없어 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대구지방보훈청 관계자는 "군복무 중 정신질환에 걸렸을 경우 군 공무수행으로 질환이 발생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당한 사고라든가 왕따, 차별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정 없이 점진적으로 쌓인 스트레스로 발병할 경우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 등 생래(生來)적 요인에 의해 정신질환에 걸린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군복무중 걸리는 정신질환의 대표격인 정신분열증이나 양극성장애(조울증)의 경우 워낙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말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
예컨대 정신분열증은 뇌의 기질적 이상은 없는 상태에서 사고.정동.지각.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장애를 초래하는 뇌기능장애 또는 증후군으로 생물학.심리학.사회문화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복합질병이다.
특별한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 환경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병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으로 평생유병률은 인구의 1% 정도, 남자의 경우 15~24(평균 21.4세), 여자의 경우 25~34세(평균 26.8세)에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데다 한국 남성들의 군 복무 시기와 정신분열증 주발생 시기가 얼추 비슷해 환경적 요인 때문인지 체질.유전적으로 병을 타고난 것인지 판단하기 매우 까다롭다.
때문에 강한 정신적.육체적 충격을 초래할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한 환자들은 대부분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당하게 되고 법원을 통해 등록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해도 소송에 승리하는 사람은 2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
북구 산격동에 사는 김모(27.대학원생)씨는 "정신병이란 것이 꼭 무슨 특별한 일이 있어야 생기는 것이 아니잖냐"며 "군 복무 중 정신질환에 걸렸다면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데 지금 상황은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증거를 내놓으라며 오리발을 내미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 회사원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라고 만들어 놓은 제도가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탓에 오히려 피해자들의 마음에 상처만 늘리고 있다"며 "유공자 인정 기준을 좀더 완화해 피해자들이 소송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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