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넘긴 '베테랑 철녀'는 골인한지 30분이 지났는데도 헉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29일 2006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에서 생애 통산 7번째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해 '춘천마라톤의 전설'이 된 윤선숙(32.강원도청).
1992년 처음 이 대회에 출전해 2시간41분50초로 2위를 한 그는 춘천마라톤과 지독할 정도로 끈질긴 인연을 이어왔다.
모두 9번을 뛰어 1994년 첫 우승, 1999-2000년, 2002-2003년, 2005-2006년 각각 2연패로 모두 7번 1위로 골인했다. 육상계에서는 '윤선숙은 춘천 의암호 코스라면 눈을 감고 달려도 된다. 굳이 코스를 보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이끌어준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서른줄을 넘긴 그에게 풀코스(42.195㎞)는 언제나 힘든 도전이었다.
이날 레이스에서도 22㎞ 지점에서 주저앉을뻔 했다고 한다.
윤선숙은 35㎞까지 2위 이선영(강원육상연맹)에게 50초나 뒤졌다. 하지만 골인 지점인 춘천종합경기장이 시야에 들어오자 갑자기 무서운 뒷심이 생겼고 경기장 입구에서 400m를 남겨놓고 역전에 성공했다.
윤선숙은 자신이 계속 뛰는 이유가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숙 언니도 뛰는데..'라는 얘기다. 남자 마라톤과 함께 깊은 침체기에 빠진 여자 마라톤은 마스터스 마라톤 열풍과는 달리 '진짜 선수'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스피드가 뛰어난 장거리 선수들이 마라톤에 뛰어들었다가도 고된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례가 속출한다.
윤선숙은 "언제까지 뛸거냐고 묻지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미국 고지대인 앨버커키에서 어떻게 몸을 만들어 더 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재작년 소속팀이 해체되면서 아픔을 겪었지만 춘천마라톤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강원도청 유니폼을 입고 '고독한 질주'를 시작했다.
'빠르진 않지만 포기하진 않는다'는 '여자 이봉주' 윤선숙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편 이날 남자부 국내선수 1위(2시간17분34초)를 한 이명기(23.국민체육진흥공단)는 "내년 상반기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2시간15분 안에 진입하고 내년 8월 일본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겠다"고 말했다.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한국으로 옮겨와 풀코스 마라톤에 데뷔한 중국동포 마라토너 정운산(27.구미시청)은 이날 2시간16분47초로 3위를 차지한 뒤 "빠른 시일 안에 한국 국적을 취득해 대표 선수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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