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마지막 공격인 9회 말 2사 만루.
삼성의 특급 소방수 오승환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6 프로야구 한화와 한국시리즈 6차전 3-2의 살얼음판 리드에서 상대팀 중심타선의 용병 강타자 제이 데이비스와 마주했다.
오승환은 지난 해 우승에 이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에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 남겨뒀지만 적시타 한 방이면 역전패를 당할 수 있기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절박한 순간이었다.
잠실구장(3만500명 수용 규모) 1루쪽에 자리 잡은 삼성 응원단에서는 '삼진' '삼진'을 외치며 오승환을 응원했고 3루쪽의 한화 팬들도 '데이비스'를 연호하며 뜨거운 응원 대결을 펼쳤다.
오승환과 데이비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심호흡을 가다듬은 오승환은 초구 147㎞짜리 직구를 꽂아넣으며 기선을 잡았다.
데이비스도 뛰어난 선구안으로 2구 볼과 3구 파울, 4구 볼을 얻어내며 오승환을 압박했다.
그러나 올 해 아시아 세이브신기록(47세이브)을 세운 오승환은 역시 철벽 마무리다웠다.
'포커페이스'임에도 순간 오승환의 눈에 긴장의 빛이 흘렀지만 냉정을 잃지 않았고 볼카운트 2-2에서 대담하게 147㎞ 직구를 힘차게 뿌렸다. 데이비스는 한 방을 노리고 방망이를 힘껏 돌렸다.
하지만 방망이는 그대로 허공을 갈랐고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1구였다.
오승환은 오른손을 번쩍 치켜 들어 승리의 기쁨을 표현한 뒤 마운드쪽으로 달려오는 포수 진갑용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더그아웃에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삼성 선수들도 일제히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부둥켜 안으며 승리의 감격을 만끽했다.
또 마운드를 주시했던 삼성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와 뜨거운 박수로 마지막 위기를 잘 넘기고 승리를 결정한 선수단을 축하해줬다. 1사 1, 3루 때 마운드에 직접 올라가 오승환에게 "자신감있게 던져라"고 주문했던 선동열 삼성 감독도 선수들의 우승 헹가래에 함박웃음을 보였다.
곧이어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는 폭죽이 터졌고 잠실구장 1, 3루 관중석 뒤편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우승의 감동을 전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유례 없는 3차례 연장 무승부로 명승부를 펼쳤던 한화 선수들은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삼성 선수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며 즐거워하는 사이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삼성 팬들은 우승의 흥분을 가누지 못한 듯 우승 축하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노래를 부르고 막대풍선을 두드렸고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우승 순간을 가슴 깊이 새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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