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오염을 막는다며 내놓은 행정의 '책상머리' 정책이 오히려 지하수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하수 시설의 청결 유지를 위한 '사후관리 의무화' 제도가 부실하고 지하수 폐공을 찾기 위해 내놓은 '폐공 신고 포상금' 제도 역시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사후관리 의무화 제도의 문제점=최근 대구 시내 11개 지하수 개발·이용 업체에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허가시설'인 지하수 관정(管井)을 '신고시설'로 바꿀 수 없겠느냐는 문의다. 이는 지난해 말 하루 지하수 양수 능력이 100t을 넘는 여관, 목욕탕 등 다중시설의 경우 5년마다 지하수 영향조사를 통해 유효기간을 연장하도록 지하수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업소나 개인들의 경우 250여만 원에 달하는 지하수 영향조사 비용을 줄이고 지하수 이용 부담금(t당 65 원)을 내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시설을 축소하려 한다는 것. 업계에서는 지난 6월 말 현재 1천550공에 달하는 대구의 허가대상 지하수 관정이 올해 말쯤이면 500여 공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수기의 마력수를 낮추고 토출관의 지름을 40㎜미만으로 줄이면 신고 시설로 전환할 수 있다."며 "그러나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100t 미만의 지하수 시설은 사후 관리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신고 시설로 전환되면 오염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시안적 행정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하수 이용 허가시설을 신고시설로 전환하는 데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데다 양수 능력이 100t 미만인 가정용 시설도 별다른 점검 및 단속 대책이 없어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한 지하수개발업체 관계자는 "지난 2001년 지하수 관정이 양성화되면서 소형 지하수 시설은 오염된 채 방치되고 있지만 사후 관리는 전혀 없다."며 "허가·신고된 관정만이라도 수를 줄이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겉도는 폐공 신고 포상금 제도='폐공'은 되메우지 않고 방치된 관정으로, 각종 폐수나 쓰레기, 오염된 지표수 등이 관을 타고 들어오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의 주범이다. 정부는 이러한 폐공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폐공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9월 말 현재 신고 건수는 73건. 지난해 38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아파트 단지 신축과 재개발이 많았던 수성구에서만 72건이었다. 지난 6월 말 현재 대구시에 허가 또는 신고된 지하수 관정은 4천845건이지만 폐공 신고 건수는 2004년 11건, 2003년 14건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폐공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일반인들이 판별하기 어렵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감춰 둔 경우가 많아 신고 포상금 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심묘옥 대구시 수질보전과 지하수 담당공무원은 "자진 신고를 할 경우 원상복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 용도로 파낸 관정을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은규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현재 5만~8만 원 수준인 포상금을 대폭 올려 '전문 사냥꾼'이 나오게 해야 한다."며 "굴착 신고 단계부터 주변을 조사하고 폐공의 문제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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