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한국시리즈는 삼성이 투수 엔트리에 든 10명을 모두 마운드에 올리는 인해 전술식 마운드 운용으로 눈길을 끄는 등 숱한 화제를 낳았다.
이번 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3차전에서 12회 연장까지 삼성이 동원한 투수는 모두 8명. 투수 엔트리가 10명이고 2차전 선발 브라운을 제외하면 전병호만 남겨둔 것. 4차전 선발은 자동적(?)으로 전병호로 정해졌다. 3차전이 끝난 뒤 혹시나 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 감독의 답변은 "뻔하지 않느냐"고 한 마디.
이튿날 4차전을 앞두고 덕아웃에 앉아 있던 선 감독은 "승부에만 집중해 투수들을 내보내다 보니 다 써버린 줄 몰랐다."며 "경기가 끝난 뒤 내가 그렇게 많이 썼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밝혔다. 연장 10회까지 이어진 4차전에서 6명의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리는 데 그친 삼성은 연장 15회까지 간 5차전에서 6차전 선발로 내정된 하리칼라를 빼고 9명의 투수를 모두 마운드에 올려 보내 다시 한 번 두터운 마운드를 자랑(?)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후 삼성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를 이루었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 우승 당시에는 에버랜드 주식 편법증여 파문 등으로 삼성그룹 분위기가 좋지 않았으나 이날은 잠실구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이학수 그룹 부회장 등 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나와 경기를 지켜본 후 선수들과 함께 어울려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특히 양쪽 귀에서 턱, 코 밑까지 이어지게 기른 수염과 푹 눌러 쓴 모자 사이로 번득이는 눈빛을 보여 강렬한 인상을 지닌 권오준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사회자가 MVP 이름을 호명하자 갑자기 고개를 숙인 채 단상으로 뛰어가는 선수가 있었는데 단상에 오르려다 돌아오며 모자를 벗자 드러난 얼굴은 권오준. 혀를 내밀며 환하게 웃는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선수들과 팬들 모두 박수를 치며 웃었다.
공식 행사가 모두 끝난 뒤에도 1루 관중석에 남아있던 삼성팬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파울라인 부근에 선수들이 줄지어서자 권오준이 배영수, 임동규까지 동원한 채 한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빡이 춤'을 선보여 관중들을 자지러지게 했다. 권오준이 분위기를 잡자 오승환도 불려나와 '테크노 댄스'를 췄고 양준혁마저 '군대식 막춤'을 춰야 했다. 진갑용은 관중석 철망에 매달려 포효했다.
아쉬운 뒷 이야기도 나온다. 대전 야구장에서 치러진 3, 4차전에서 한화는 김영덕 전 한화 감독과 이희수 당시 코치를 시구자와 시타자로 선정했는가 하면 야구 꿈나무를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려 관중들의 열광적이 반응을 이끌어냈다. 반면 삼성은 대구시장과 대구시의회 의장을 시구자로 내세워 일부 관중들의 야유도 나오는 등 대조적이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