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5시 15분쯤 동대구역 플랫폼. 부산으로 가는 KTX를 기다리는 김상훈(34·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시계와 선로를 번갈아 쳐다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열차 시간표대로라면 부산으로 가고 있어야 했지만 오후 5시 8분 동대구발 KTX 58편은 7분이 지나도록 플랫폼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씨는 "사업차 서울과 부산행 KTX를 자주 이용하는데 제시간에 도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KTX시간표를 믿었다가 일정에 차질을 빚거나 다른 열차를 갈아타지 못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TX(고속열차)가 개통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연착·지연 등 '지각철'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본사 기획탐사팀이 지난 26일 오전 6시 4분부터 오후 11시 29분까지 동대구역을 경유하는 상·하행선 KTX 도착시간을 살펴보니 상행선(부산→동대구) 39편의 평균 지연시간은 1분 54초, 하행선(서울→동대구) 39편은 평균 5분 18초가 더 걸렸다. 하행선(서울→동대구) 경우 10분 이상 지연된 열차가 3편, 5~10분 미만이 22편이었고, 1분 이내에 도착한 열차는 하나도 없었다.
또 취재팀이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동대구역을 경유한 728편의 KTX 도착시간을 분석한 결과 정시(지연시간 5분 이내)에 맞춰 동대구역에 도착한 KTX는 302편으로 41%에 그쳤다. 이 때문에 KTX에 먼저 선로를 내줘야 하는 새마을호, 무궁화호의 연착률도 상당히 높았다. 새마을호는 10분 이상 지연된 경우가 전체 편수의 절반이나 되고 무궁화호도 40% 이상이었다.
서현상(31) 씨는 "고향이 부산이라 자주 새마을호를 타는데 'KTX통과 관계로 연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짜증만 난다."면서 "10~2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KTX의 정시율이 90% 이상으로 선진국 수준"이라며 "선로점검으로 인한 감속운행, 승객들의 승하차 지연 등으로 정확히 도착시간을 맞추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는 5분 이내(새마을, 무궁화의 경우 10분 이내) 연착한 것을 정시율로 규정하고 있으나 일본은 1분 이내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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