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토론이든 대낮 토론이든, 공개 토론이든 비공개 토론이든, 먹고사는 일에 대한 토론이든 살고먹는 일에 대한 토론이든, 토론 상대가 변호사든 강아지든 모든 토론에서, 최홍만이 상대를 들배지기로 모래사장에 눕히고 무거운 체중을 실어 눌러버리듯 상대방을 확실하게 제압하고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방법은 이외로 간단합니다.
먼저 말발을 세우기 위한 목소리 연출이 중요합니다. 기가 약해 뵈는 상대에게는 늦가을 찬 서릿발이 성성 묻어나는 목소리로, 제법 목에 힘을 주고 덤비는 상대에게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게 깔거나 계속 조잘거리면 재미없다는 투의 위협적인 목소리로 밀고나가야 합니다. 이때 상황에 따라 험상궂은, 화가 난, 무시하는, 깔보는 등의 얼굴 표정을 자유자재로 연출하여 토론 분위기를 압도해가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딴죽걸기로 상대의 약을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하자면 김빼기 작전이지요. 예를 들어 '소 1마리가 1년에 1백30㎏ 분량의 메탄가스를 발산하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므로 이에 대한 연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축산 농가에 소 한 마리당 얼마간의 방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주장하면, 그 말의 중간을 끊고 침입자처럼 처들어가 '그 소가 암소입니까, 수소입니까?'라고 정중하게 질문하는 겁니다. 혹시라도 상대가 '여기서 소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반문해 오면 즉각, '그것은 양성평등의 시대에 소의 우권(牛權)을 무시하는 일입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말로 한술 더 뜨면 됩니다.
또한 확실한 증거나 정당한 이유를 들어 주장하기보다는 어거지를 써서 무조건 우겨대야 합니다. 지나가는 처녀의 치맛자락 사이로 종아리 윗부분을 살짝 보고도 볼 것 다 보았다고 우기고, 자기 집 강아지가 달 보고 서너 번 콩콩 짖은 사실을 가지고, 온 동네 개가 나서서 너무 밝은 달빛을 규탄하며 데모를 벌였다고 우기는 겁니다. 이쯤 가면 웬만큼 똑똑한 상대도 대개는 얼이 빠져 허점을 보이게 마련인데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아프리카 밀림의 사흘 굶은 사자가 얼룩말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지듯이 날선 어금니로 그 빈틈을 꽉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이 장면에서 주의할 점은 사회자가 마이크를 뺏어도 절대 빼앗기지 말고 4절까지 읊어대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이런 방식의 토론이 언로를 콘크리트로 막는 꼴이 되어 결국은 승자도, 연락선은 고사하고 갈매기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섬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거,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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