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다가오자 일부 수험생들이 극심한 불안감과 자기 부정에 빠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아무리 애써도 무엇을 암기할 수가 없고 밤낮없이 피곤하기만 하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그런 학생들은 모의고사 점수가 좋지 않으면 그것이 진짜 자기 실력인 것 같아 절망감을 느끼고, 점수가 잘 나와도 어쩌다가 잘 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시험에 대한 압박감과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종의 패닉(panic) 상태에 빠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닥쳐올 일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가질 때는 주변의 모든 정보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매사에 자신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면 모든 정보를 자기에게 불리한 쪽으로 해석한다.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같은 학과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같은 문제로 IQ검사를 실시했는데, 앞서 검사를 받은 집단이 그 다음날 검사를 받은 학생들보다 평균 10% 정도 점수가 높았다. 두 집단은 원래 비슷한 지적 능력과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높은 점수가 나온 집단이 검사를 받던 날 허리케인이 불었다는 차이만 있었다. 학자들은 두 집단을 상대로 맑은 날 동시에 검사를 실시했다. 높은 점수가 나왔던 집단은 점수가 내려가서 다른 집단과 평균이 같아졌다. 낯선 상황에 처하거나 위기에 몰리게 되면 대다수 사람들은 긴장하게 되고, 적절한 긴장은 사람으로 하여금 평상시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허리케인이 정상적인 날씨 때보다 학생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어 집중력을 높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병법에서는 일반적으로 산을 뒤에 두고 물을 앞으로 진을 쳐야 전쟁에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漢)의 무장 한신(韓信)이 조(趙) 군과 싸울 때 강을 등지고 진을 쳐서 싸웠다. 그 결과 조나라에 크게 이겼다. 이 무모한 포진은 사람들에게 많은 의문을 남겼다. 한신은 '뒤에 강이 흐르면 뒤로 물러설 수가 없다. 즉 살아나갈 길이 없다. 그래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기 때문에 조나라를 격파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수능시험을 2주 남짓 앞두고 수험생들은 나름대로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자세로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한다. 비장한 각오도 사람의 능력과 집중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수험생들이 다 불안하다. 불안감은 사람을 적당하게 긴장시켜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하게 생각하면 몸과 마음이 파괴되고 궁극에는 학습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불안감을 수험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당연한 요소로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위기의 순간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주어진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만이 남다른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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