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신명나는 학교를 위해

얼마 전 과잉 체벌 문제로 여론이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관련 교사는 물론 교육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였다. 한편에서는 학생들이 체벌한 교사를 두둔하고 나섰으며, 일부 언론에서는 지도가 힘든 학교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 후 학생 생활 지도 문제가 교육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학생 생활 지도는 참으로 어렵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학생들의 권리 의식이 팽배해졌고, 사회의 인권 의식이 높아진 까닭이다. 일부 교사들이 변화하는 시대를 읽어내지 못한 까닭도 있다. 여러 영역에서 수준과 성향이 다른 학생들이 한데 모여 생활하는 까닭도 있다. 한 자녀 가정이 많아졌으며, 기본적인 가정교육을 소홀히 하는 까닭도 있다.

학교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학생들이 모여 함께 사는 곳이다.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학생, 활기찬 분위기를 좋아하는 학생, 나서기를 좋아하는 학생, 말하기도 싫어하는 학생. 지적 능력이 뛰어난 학생, 정의적 능력이 뛰어난 학생, 국어를 좋아하는 학생, 체육을 좋아하는 학생….

이렇게 다른 학생들이지만 비슷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가야 한다. 그러니 교사는 도대체 어떤 학생을 기준으로 삼아 가르쳐야 할까? 학부모로 대표되는 현실적인 욕구들은 저마다 자기 자녀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집단의 공동 이익, 집단의 공동 목표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수준을 조금 높여 가르치면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은 이내 듣기를 포기하고 만다. 수준을 조금 낮추면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이 쉬는 시간으로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교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함께 가야 할 길을 향해. 그런데, 요즘 교사들은 최선을 다하면서도 신명이 나지 않는다. 교육자로서의 자책감과 자괴감 때문에. 세상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이럴 때 우리는 교사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기를 북돋워야 할 것이다. 그들이 신이 나야 우리 아이들도 신이 난다. 우리 아이들이 신이 나야 학교가 살아난다. 학교가 살아나야 사회도 살아난다.

신나는 학교를 위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우선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예절은 가정에서부터 가르쳐 내보내야겠다. '내 권리'와 '우리 목표'를 함께 깨닫도록 애써야겠다. 주장할 것, 이해할 것, 양보할 것을 잘 가려낼 수 있도록 균형적인 시각을 가르쳐야겠다. 내 아이가 엉뚱한 한 명이 되어 다른 많은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겠다.

내 아이가 소중하면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대다수 교사들의 진정성을 믿고, 교육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분명 '교육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정곤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