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에 필요하다면 책, 비디오 테이프, 교구재 등을 아끼지 않고 사 줬어요. 그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책 읽기죠."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주부 윤찬희(37·대구 달서구 파호동) 씨는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윤 씨는 아이가 두 돌 무렵부터 영어 비디오 테이프를 들려주기 시작해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고, 영어일기를 쓰게 하고, 영어원서를 한아름씩 안겼다. 흔한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은 아이는 이제 원서로 된 백과사전을 술술 읽어내릴 정도로 영어 영재가 됐다.
"영어 비디오 테이프를 계속해서 들려줬더니 어느 날 말문이 터지대요. '가스레인지 좀 꺼줄래?'처럼 간단한 생활영어로 말하기 연습을 했더니 대답하는 문장이 점점 길어졌어요." 그는 꼭 딸과 함께 영어 비디오 테이프를 봤다. 덕분에 남들이 걱정하듯 '비디오 중독'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는 것.
윤 씨 나름의 교육 철학이 있다면 '독서'다. 영어든 한글이든 모두 책을 통해 익히게 했다. 집에 있는 영어책만 1천 권이 넘는다. 유난히 고래, 공룡 등의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주로 DK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골라 권했다. 한글 번역본으로 나온 책을 먼저 읽었다가 아이가 좋아한다는 이유 때문에 거금을 주고 같은 내용의 원서(백과사전)를 사준 일도 비일비재하다. 'creature of the air and sea' 'visual encyclopedia of animals' 'animal' 'my first dictionary' 등은 딸이 애지중지하는 보물 1호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부분을 골라 읽도록 내버려 뒀다.
책을 많이 읽어준 것은 영어를 배우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사전을 찾지 않고도 문맥에서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단어에 해당하는 우리말 뜻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화책을 읽다 'mirage' 라는 말이 나왔는데, 저도 뜻을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사전을 찾기가 무섭게 아이가 '신기루'라고 하더군요. 그때 독서의 힘을 깨달았습니다."
영어에 겁을 내지 않게 된 아이는 본격적으로 영어와 친해졌다. 'I made a big snowball. but it broked by ally. I said, 'it's all right.'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한 영어일기는 그날의 기분이나 있었던 일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힘을 길러줬다. 재미가 난 아이는 얼마 전부터 '가필드(만화 주인공)'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을 그리기 시작해 그린 분량이 한 상자를 넘었다.
윤 씨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저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책과 교재들이 너무 많아서였다. "학원을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하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는다면 진도 따라가는 것밖에 안 됩니다. 영어와 친해지는 것이 먼저인데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이지요."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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