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 '저축의 날'…재경부장관상 받은 김점례 씨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김점례(51.대구 달서구 진천동) 씨. 그는 월급날이면 봉투째 몽땅 들고 어디론가 향한다. 행선지는 동네 새마을금고. 한달음에 달려간 그는 주저하지 않고 월급을 맡긴다.

이러기를 19년 째. 남들이 '막일'이라 부르는 힘든 일용직 생활속에서 그의 통장에는 5천700만 원이 모였다.

부자들 생각엔 크지 않은 돈. 하지만 김 씨 '통장'은 세상에서 땀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것. '땀 통장 아줌마'는 31일 저축의 날에 재정경제부 장관상을 받았다.

1988년, 고향 합천에서 농사를 짓다 남편과 함께 300만 원을 달랑 들고 대구로 왔던 김 씨. 아래로 4남매, 시부모님까지 모두 여덟식구. 일용직밖에 할 것이 없었던 김 씨 부부에게 대식구를 거느린 채 저축한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였다.

"남편이 월평균 70여만 원, 제가 60여만 원정도 버는데 남편 수입은 생활비, 제 월급은 반드시 저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생활비가 모자랐고, 힘들었지만 단 한번도 이 원칙을 거른 달이 없었습니다."

"쥐꼬리만한 돈 모아서 뭣하느냐"라는 주위 핀잔도 들었지만 적은 돈이라도 저축하면 큰 돈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부부는 저축을 통해 '많은 일'을 했다. 7천만 원 짜리 24평 빌라를 사 집을 넓혔고, 4남매 모두 대학공부를 시켰다.

"남편은 물론, 아이들까지 저축도사입니다. 어릴때부터 엄마의 저축습관을 보고 자란 큰딸은 시집가기전 2년동안 3천만 원을 모아 제 힘으로 시집을 갔죠."

김 씨는 멀쩡한 것은 절대로 버리지 않았고, 남이 쓰던 물건도 괜찮으면 무조건 가져다 썼다. 아끼지 않으면 저축할 돈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헌옷이 생기면 자신도 입었지만 깨끗이 빨아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줬고, 빈상자.신문지 등을 팔아 생기는 돈이 있으면 어려운 사람의 주머니에 밀어넣기도 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노후준비. 자녀들에게 기대지 않는 노후생활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세월, 힘들기도 했지만 통장을 보며 힘을 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용기를 이 통장이 제게 줬습니다. 아직 힘이 있을 때 더 열심히 저축, 자녀들에게 기대지 않는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싶습니다." …

한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31일 제43회 저축의 날을 맞아 김 씨를 비롯, 모두 10명을 포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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