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만수 "SK유니폼 입지만 마음은 고향 대구에"

"팬이 없으면 프로야구도 없습니다."

현역 시절 '헐크'라 불리며 장쾌한 홈런포와 특유의 파이팅으로 대구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이만수. 그가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 신임 수석코치로 입단식을 가졌다. 그가 받은 SK유니폼 뒤에는 '이만수'라는 이름과 함께 그의 상징인 백넘버 '22'가 새겨져 있었다.

"입단식 전까지 22번을 달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선수들이 백넘버를 먼저 정하고 코치가 남은 번호 중 골라 쓰는 게 관례인데 구단이 절 배려해준 것 같아 고맙습니다."

이 코치는 선수 시절 SK 신임 사령탑 김성근 감독과 2년을 함께 보내 두 사람간 호흡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수석코치로서 감독이 원하는 야구를 펼칠 수 있게 잘 보좌하겠다는 것이 그의 취임 일성.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타격 3관왕을 이루는 등 화려한 현역 생활을 보낸 이만수 코치는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코치로 지난해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 고향팀 삼성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삼성이 아니었다.

그는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하겠다'는 자신의 생각이 SK가 펼치고자 하는 야구와 같아 주저 없이 SK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이기기 위한 야구에 치중,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

"후배들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하지만 대구 관중이 줄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팬들이 없는 가운데 우승해봐야 그것이 진정한 우승일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팬과 선수, 구단이 함께 하는 야구, 재미있는 야구를 삼성이 했더라면 삼성으로 갔을 겁니다."

선수생활 동안 대구 팬들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정말 고맙다는 이 코치. 그러나 그는 선수 시절을 추억으로 남겨두고 현재 팀에 충실하겠다고 전했다. "제가 다른 팀에서 일한다니 섭섭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연고팀 삼성도 아껴주시고 저를 좋아하는 분들은 SK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는 삼성 복귀 의사를 묻는 질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야구를 펼칠 수 있다면 언젠가는…"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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