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타·구박 못견디고…이주여성 상당수 쫓겨난다

작년 이혼율 13%…4년새 4배

4년 전 24살 연상인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베트남 여성 트위(26)씨는 지난 8월 남편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왔다. 남편은 결혼생활 내내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둘렀다. 결국 4살과 2살 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무자비하게 쏟아지던 남편의 폭력에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집을 나왔다. 트위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한 외국인 상담소에서 생활하게 됐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트위씨는 "한국에 4년이나 살았지만 남편의 동의가 없어 국적도 취득할 수 없었다."며 "남편은 "결혼자금으로 1천400만 원이 들었다며 이 돈을 요구하며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결혼해 시어머니의 온갖 구박과 남편의 외도에 시달렸던 중국인 여성 A씨(21)는 지난 20일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인 이혼 요구를 당했다. 시어머니가 중국 며느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게 남편의 유일한 설명. 방문 동거비자(F-1)로 입국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A씨는 남편과 이혼할 경우 더 이상 한국에 머물 수 없게 되지만 고민끝에 남편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법체류자로 남게됐다.

한국 남편의 구타 등을 견디다 못해 이혼하거나 갈 곳 없이 일방적으로 쫓겨나는 이주여성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없어 대책 마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대구 거주 이주여성(국제결혼)은 모두 1천653명으로 지난 2001년 274명에 비해 6배 이상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은 여전히 전무해 한국에 대한 악감정을 가진 채 쫓겨나거나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구 이주여성인권상담소의 전체 상담건수 50건 중 절반이 임신한 상태에서 구타당해 쫓겨났거나 죽도록 일만 한 이주여성들의 사연이다.

우옥분 대구 이주여성인권상담소장은 "최근 크게 늘어난 결혼중개업소가 가장 큰 문제"라며 "결혼중개업소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을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건수 위주의 영업으로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김태화 대구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 소장도 "국제결혼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외국인 여성을 바로 구제해 줄 수 있는 이웃 간의 연대가 중요하다."며 동사무소나 시민단체 등과의 연계를 주문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이 '2006 세계인구현황보고서 발표식'에서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이주여성들의 이혼건수는 2천444건으로 2004년 1천611건에서 51.7%나 늘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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