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외버스 보조금 이대로는 안된다] (중)지원 소외 현장-오지노선 실태

◆"설지도 몰라요"=지난 30일 오후 경북 영양군 지역을 운행하는 농어촌버스들은 하나같이 텅 비어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오후인데 승객들은 어디 간 것일까? 이 버스들은 승객도 없는데 왜 기름만 허비하고 있는 걸까?

오후 1시 40분 영양군내를 출발, 대표적 오지인 오리리와 용화리를 오가는 영양여객 8229호 버스. 오전에 군소재지에서 볼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4명을 태운 버스는 이미 몇곳의 정류장을 지나쳤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대구시내였으면 버스에 오르내리는 승객들 위해 문 열어주랴, 거스름돈 챙기랴 바빴겠지만 이 버스 기사는 연신 하품만 해댔다.

"요즘 촌에 버스 타는 사람 없습니다. 갈수록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더욱 그렇지요. 학생들이라도 타면 좋은데 얼마 전부터 스쿨버스가 생기면서 발길이 뚝 끊겼어요." 농어촌버스만 10년째 몰고 있다는 이동인(42) 기사는 "하루종일 이 코스만 네 번 왕복하는데 요금통엔 7만 원도 모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뒷자리에 앉은 백준호(73·영양군 일원면 오리리) 할아버지는 "예전엔 고추 같은 농산물을 장에 내다팔기 위해서라도 버스를 탔는데 요즘은 도매상인들이 집까지 와서 사가니깐 나갈 필요가 없어졌어."라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 20km를 달려 종점인 일월산 끝마을 용화리에 닿을 때까지 버스를 이용한 사람은 기자를 포함해 7명뿐이었다. 버스를 돌려 군소재지로 돌아가는 길은 더욱 처량했다. 손님은 더이상 없었다.

이튿날 타본 청송지역 농어촌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나마 손님이 가장 많다고 버스회사가 추천한 오전 7시 첫차를 탔지만 등교하는 중·고생과 어르신 등 10여 명이 전부였다.

이 버스 임태호(39) 기사는 "아예 텅 빈 차로 30여km를 다니는 벽지노선도 많다."고 말했다.

◆"달리고 싶어요"=농어촌버스 업체들은 "오지마을 사람과 서민층의 교통 편의를 위해 적자를 예상하고도 비수익노선을 정해 버스를 다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경북도내 10개 농어촌버스들은 해마다 적자를 감수하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청송버스(주) 박현식 총무부장은 "현재 농어촌버스에 나오는 재정지원금과 벽지노선손실보상금은 국·군비로, 비수익노선에 대한 손실보상금은 전액 군비로 지원되고 있지만 해마다 3천만~7천만 원가량 적자 상태"라고 털어놨다. 감차, 감회운행 등 구조조정도 해봤지만 치솟는 기름값과 승객 감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

실제로 농어촌버스가 있는 경북도내 10개 군에 따르면 올해 이들 버스업체에 지원된 총 지원금(국비, 군비) 58억 200여만 원 중 분권교부세를 통해 경북도에서 지원된 돈은 전체의 22.7%인 13억 2천여만 원에 불과했다.

농어촌버스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경북도가 행정자치부로부터 받은 버스 재정지원금 74억여 원 중 절반인 37억여 원은 시외버스, 나머지 37억여 원은 시내 및 농어촌버스로 배분하면서 가장 경영여건이 힘든 농어촌버스를 홀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영양여객 권영복 부장은 "경북도가 버스노선에 대한 조사를 통해 농어촌버스 사정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지원금 배분에서는 홀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유류사용량과 버스대수에 대부분의 지원금이 가도록 돼있는 지금의 지원 기준을 벽지노선과 비수익노선에 비중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고치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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