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 박진만 "선행도 MVP"

복지단체에 1천만원 쾌척…2004년에도 6천만원으로 이웃 도와

2일 오전 9시 대구 수성구 만촌동 사회복지법인 마야의 집. 홀몸 어르신 90가구를 지원하는 자선단체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의 유격수 박진만(31)이 한국 시리즈 MVP 수상으로 인터뷰다, 방송출연이다해서 바쁜 가운데서도 이 곳을 찾았다. 이 곳은 2004년 현대 유니콘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옮기면서 1천만 원을 기탁한 터여서 낯이 익은 곳이다. 이번 방문은 2004년에 이어 한국 시리즈 MVP 상금 1천만 원을 또 전하기 위해서였다.

박진만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원봉사자와 동네 어르신들은 아침 일찍부터 기다렸다.

구자훈(83) 할아버지는 "나도 중학교때까지 야구 선수여서 관심이 많다."며 "평소 좋아하는 박 선수가 이렇게 직접 와주니 너무 좋고, TV에서만 보다 실물을 보니 훨씬 잘생기고 멋지다."며 즐거워 했다.

박진만은 "어릴 때부터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부모님이 저를 뒷바라지 하는 데 많이 힘겨웠을 것"이라며 "작지만 제 도움을 받은 이들이 나중에 다른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면 제게 돌아올 복도 눈덩이처럼 커지겠죠."라며 쑥스러워 했다. 김금옥 마야의 집 대표는 "지난 번에도 큰 도움을 받았는데 또 찾아줘 정말 고맙다."며 "박 선수 덕분에 많은 이웃들이 올 겨울도 따뜻하게 나게 됐다."며 기뻐했다.

사실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행자다. 프로야구 선수로 입단하면서 받은 계약금 2억 원은 그동안 진 빚을 갚느라 써버렸지만 여유가 있을 때마다 남을 도왔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 선수가 된 2004년에는 무려 6천만 원을 이곳 저곳의 어려운 이들과 나눴다. 그는 이런 나눔이 결국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돕는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는 듯 했다. 고교시절 치명적인 부상을 극복한 것이나 7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올라 6번이나 우승반지를 낄 수 있었던 것, 한국시리즈 MVP까지 선정된 것 등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믿는다.

그는 10년전 어느 선배가 했던 말을 지키려 애쓴다.

"그 선배는 야구만 잘해선 몇 년 못 간다고 했어요. 공인으로서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돼야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지요. 그 말을 늘 기억하며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