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것은 돈 때문이다. 돈이 몰리니 사람들이 몰리고, 그럴수록 돈과 사람은 더욱 수도권으로 몰려간다. 돈만 비수도권으로 풀어도 수도권 집중을 한층 緩和(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는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바싹 마른 피마저 빨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흡혈귀'임을 증언한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대구'경북에서 조성된 자금 중 수도권으로 流出(유출)된 돈만 30조 원을 넘었다. 문제는 경북과 대구지역의 유출 규모가 1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다른 비수도권 지역보다 역외유출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자금의 수도권 유출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금융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비수도권 금융회사들을 대거 퇴출시켰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대동은행과 몇몇 종금사 등 많은 금융회사가 문을 닫았다. 제조업 공동화에 이어 유통과 건설부문마저 수도권 기업들이 대구지역 시장을 대거 잠식한 터에 자금시장까지 역외 유출로 枯死(고사)단계라면 지역 경제의 피폐는 불문가지다.
따라서 수도권은 배 터져 죽고 비수도권은 배곯아 죽는 자금시장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 산업정책만이 아니라 금융정책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差別化(차별화)해 지역자금 환류 촉진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지역 재투자법' 제정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 서민대출을 의무화하고 지역 대출을 일정 비율 이상 유지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앙부처는 이런 대책을 준비할 眼目(안목)도, 마련할 의사도 없다. 지역균형발전위원회는 이럴 때 일하라고 만든 조직이다. 금융 양극화 해소대책도 주먹구구가 아니라 정교한 로드 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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