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셀프 컨트롤

5천만 원짜리 만년필 세트가 국내에 들어왔다고 한다. 4자루로 구성됐고 진주 등 희귀 보석으로 장식됐으며 프랑스'일본 등의 장인에 의해 세공됐다는 제품이다. 백화점을 통해 전시하면서 3세트만 한정 주문받는다고 했다. 우리 국민들의 소비력이 대단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말하는 또 하나의 사례인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연주회의 티켓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쌀 때가 많다는 기사도 있었다. 빈 필하모닉의 가장 비싼 좌석 티켓 경우, 지난 9월 홍콩'시드니 가격은 21만∼22만 원이었으나 그 직전 열린 서울 공연 입장료는 두 배 가까운 40만원이나 됐다고 했다.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씨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어떤 마니아는 서울 관람을 포기하고 이번 달 일본 공연을 보러간다고 했다. 도쿄에서는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즐길 수 있으면서도 25만 원만 내면 된다는 얘기였다.

○…'명품'까지 안 가고 '브랜드 제품' 정도만 돼도 국내 가격이 훨씬 잘 사는 선진 여러 나라들 것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는 분석 또한 제시된 적 있다. 달러 기준으로 비교할 때, 하기스 기저귀 값은 도쿄 12.58, 런던 14.73, 뉴욕 16.41, 파리 21.23이었으나 서울은 27.79였다. 프링글스 스낵은 뉴욕 1.29, 홍콩 1.92였으나 서울은 2.37로 비교됐다. 씨밀락 분유는 서울에서 29.37달러나 하지만 도쿄 가격은 16.78에 불과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굉장한 소비력을 갖추게 됐다니 대견하다. 하지만 뒷맛이 여전히 찜찜한 것은 어찌 된 일일까? 국내 공연 티켓 가격이 더 비싼 것에는 물리적 이유들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名品(명품) 소비' 허영심일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라 붙었다. 명품 브랜드 값의 단순 비교에는 위험성이 없지 않지만, 어떻든 국내에서 더 높게 나타난 데는 브랜드의 명성에 휘둘리는 심리적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최대 6천㎢나 됐던 중국의 둥팅호(洞庭湖)가 이미 2천600여㎢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영원히 청청하리라 생각되기 십상인 아마존 밀림 또한 사막으로 변할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북한 핵과 여러 세력권의 政爭(정쟁)으로 더 어수선해진 요즘이다. 둥팅호나 아마존 밀림 같은 위기를 피해 가려면 이제 우리 시민들도 셀프 컨트롤 능력을 더 높이려 나서야 할 듯하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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