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가 빨간 홍시를 사 가지고 놀러왔다. 친구와 홍시를 맛있게 먹으며 문득 어머님 생각이 났다. 올해 스물넷인 큰딸을 가졌을 때, 나는 만삭의 몸으로 안동에서 내려오신 어머님을 모시고 동산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어머님은 쉰의 연세였지만 고생을 많이 하시고 체력이 약해서 관절염을 앓고 계셨다. 진료를 마치고 나니 점심때가 다 되어 시장구경도 시켜드리고 시장기를 채울 겸해서 근처 서문시장으로 들어갔다.
시장은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어머님은 첫아이를 가진 나에게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으셨다. 배는 고팠지만 새색시라 부끄러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쪽저쪽을 살피시던 어머님은 "야야, 홍시 사주께 먹을래." 하셨다. 바로 옆에는 반지르르한 송편과 절편들이 보였다.
떡을 좋아하는 나는 절로 눈길이 그 쪽으로 갔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어머님, 제가 떡 사드릴게요." 라고 말할 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라는 말씀에 대답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머님은 며느리가 체면을 차린다고 생각을 하셨던지 기어코 홍시 다섯 개를 사셨다. 그 중 제일 예쁘고 빨간 홍시를 골라 손바닥으로 살포시 문지른 다음 나에게 주셨다. 그러나 어릴 적 시골 친정 집에서 늘 먹어오던 홍시인지라 돈주고 사먹고 싶지는 않았었다.
이제 내 나이가 오십, 세월이 지나 그 때의 어머님 나이가 되었다. 그렇게 먹기 싫던 홍시가 이젠 달고 맛있다. 지금은 관절염이 심해져 인공관절 수술까지 하신 어머님……. 그런 어머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온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잘 익은 홍시를 사서 어머님께 가야겠다. 제일 크고 잘 익은 것을 깨끗이 닦아 여든을 바라보는 어머님께 드리고 싶다.
장재복(대구시 북구 침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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