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구를 말해줘/홍철 김규원 석민 등 지음/홍익포럼 펴냄
대구 하면 '보수', 더 심하면 '수구 꼴통'에 안전불감증의 '사고 도시' '패거리 문화의 본거지'로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군부시절 특혜를 받으며 '소중앙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절망의 도시'라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시각에서는 지조와 절개가 있는 근대 산업화의 주역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과거의 역동성을 긍정적으로 끌어내기만 하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대구, 과연 절망의 도시인가, 희망의 도시인가.
대구경북연구원(원장 홍철)이 '진짜 대구를 말해줘'를 펴냈다. '대구야, 한번 변해보자'며 대구 재창조를 위한 49가지 제안을 담고 있다. 대구의 정체성 문제를 비롯해 경제, 문화, 환경, 교육 등 7개 섹션으로 나눠 위기를 짚고,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전제는 역시 '대구의 정체성 위기'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북대구 IC로 들어오면 '세계 속의 패션 대구' 광고판이 서 있다. 동대구로 들어오면 '과학기술 중심도시'가, 남대구로 들어오면 '문화예술 중심도시'가 맞이한다. 한마디로 대구의 첫 인상착의는 '다중인격'의 모습이다.
'먹고, 씻고, 자는데 돈을 다 쓰는' 소비행태도 문제. 나날이 늘어나는 간판은 음식점이고, 찜질방이고, 모텔이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부문에 재투자할 몫이 적어지는 것이다. 의식 또한 무리하게 투자확장 해서라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못 먹어도 고'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성을 고집하거나, 아니면 저항적으로 대처하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제3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랑 관창을 희생해 나라를 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고위층의 도덕적 의무)의 정수 '신라정신'을 이어받아 개방적이고 함께 상생하는 '기획적 정체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살고 싶나요?'편에서는 친환경, 교육, 도시문화의 거듭남을 강조하면서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솔라시티' '담장허물기 사업' 등을 소개하고, 도시 환경 편에서는 동대구로의 과도한 주상복합 개발과 랜드마크가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문화 편에서는 대구를 '뮤지컬의 메카'로 만들고, 동성로와 골목문화를 활성화시켜 사랑스러운 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또 썰렁한 대학축제를 '대구 컬러풀페스티벌'과 연계해 역동적인 도시 축제를 가지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현재 대구인들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대구를 '성장이 멈춘 절망의 도시'라는 외부의 평가다. "도대체, 대구사람은 무얼 먹고 살아요?"라는 외지인의 호기심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LG필립스LCD 7세대 공장이 파주로 넘어갔을 때 그 위기의식은 극대화됐다.
그러나 "가슴을 치고 애통해 할 시간에 모바일과 자동차부품업 등 대구의 중추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대구의 경쟁력을 다시보자"고 했다.
49가지 제안은 대구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이야기들이다. 통상 이런 주제는 딱딱한 문체에 거창한 제안으로 가기 쉽다. 그러나 신문 기사와 각종 통계 등을 통해 편하고 읽기 쉽게 요약정리하고 있다.
이 책이 기획된 것은 올해 초 대구를 뒤흔든 '대구는 절망의 도시인가'라는 논란에서 시작됐다. 21세기 일본 도쿄 등 세계적인 도시들이 새로운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시점에 대구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필진으로 홍철 원장을 비롯해 김규원 경북대 교수, 석민 매일신문 기자, 박경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과 이상용, 박민규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6개월간 20여차례 연구모임을 가진 끝에 한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이 책은 도시발전 연구총서의 첫 번째인 '대구편' 셈. 앞으로 경북의 도시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이와 같은 책을 펴낼 계획이다.
홍철 원장은 "대구는 새로운 창조적 변화가 절실한 시기"라면서 "이 책이 그런 변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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