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처럼 알아서 척척…현실로 다가운 '로봇 시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가까운 미래를 다룬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가정용 로봇 '앤드류'는 설거지, 청소, 요리, 정원 손질 등 모든 집안 일을 해결해 준다.

바야흐로 모든 가정이 로봇 앤드류를 가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갈수록 소비층이 늘어나는 청소 로봇을 비롯해 아이와 놀아주는 로봇 등 지능형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귀찮은 가정 일을 모두 로봇들에게 맡기고,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쉬는 모습이 일상화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가사 로봇의 '효시', 청소 로봇.

가정에 가장 먼저 보급된 로봇이 청소를 대신해주는 로봇. 수십년간 가정을 지키던 진공청소기를 밀어내고 어느새 자리를 넓혀가는 추세다. 먼지만 빨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충전하거나, 주인이 밖에서 전화를 걸어 지시하면 먼지를 쓸어 담는 등 청소 로봇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2002년 로봇청소기가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단순한 진공청소 기능을 갖춘 데 불과했다. 이 마저도 충전 시간이 오래 걸려 청소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일부 소비자들은 "청소 로봇을 쓸 바엔 차라리 내가 하고 만다."며 한 켠으로 치워놓았던 진공청소기를 다시 꺼내들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사정이 '확' 달라졌다. 미국의 한 회사는 때만 되면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로봇 청소기를 선보였다. 원하는 요일과 시간을 정해 놓으면 알아서 전원이 켜진다. 이어 방안 먼지를 진공으로 빨아들여 쓸어 담은 다음엔 스스로 충전도 한다.

걸레질 기능을 갖춘 로봇청소기도 나왔다. 진공으로 먼지를 빨아들인 부분을 카트리지형 물걸레로 닦아 주는 것. 프린터의 토너처럼 생긴 카트리지 물걸레는 물티슈처럼 늘 촉촉하게 젖어 있어 걸레를 빨거나 바꿔주지 않아도 된다.

외부에서 휴대전화나 유선 전화로 작동하는 홈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청소 로봇도 있다. 또 공기청정 기능이 있거나, 자외선램프로 바닥을 살균하는 로봇 청소기도 나왔다. 조만간에는 물을 뿌려가며 물청소를 하거나 스팀 기능이 갖춰진 로봇청소기도 선보일 예정.

동아백화점 이상민 계장은 "다재다능한 기능을 갖춘 청소 로봇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며 "처음엔 미씸쩍어했던 소비자들도 점차 청소 로봇에 대한 관심을 넓혀가는 중"이라고 했다.

▶"가정마다 로봇 하나씪!"

지난 달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로봇관련 행사엔 500여 명이 몰리는 등 크게 주목을 끌었다. 정통부와 KT가 '국민로봇' 모델로 개발한 5종의 로봇을 공개하고, 두 달간 시범서비스에 들어간다고 밝힌 것. 정통부는 이 로봇 1천 여대를 고객 체험단으로 선정된 가정에 배치, 기능을 점검한 뒤 내년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예상 판매가격은 150만~200만 원.

국민로봇은 아톰, 철인28호, 건담 등 어린 시절 TV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추억 속의 로봇들이 일상 생활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등장은 머나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를 훨씬 앞당기고 있다.

국민로봇 중 가정용 로봇인 '미르', '아이로비큐', '큐보'는 △뉴스/ 날씨/요리 등 정보 제공 △음악 서비스, 영상쪽지, 사진찍기, 노래방 등 홈 엔터테인먼트 △가전 제어, 홈모니터링 등 홈케어 △영어학습 등 교육 콘텐츠 및 서비스 기능이 있다. 애완견 로봇인 '제니보'는 기분에 따라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하는 동시에 뉴스와 날씨, 음악 기능을 제공하며, 청소용 로봇 '네토로'는 자동/수동 청소 기능과 홈모니터링 기능, 사진찍기, 영상쪽지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공공부문 도우미 로봇인 '아이미르'와 'PGR'은 우체국, 공항, 역사 등에 배치돼 기관 내 위치안내, 교통/관광서비스, 운항정보, 기념촬영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된다. 이들 국민로봇은 이르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용화에 착수하게 되며 정통부는 향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로봇 강국으로 발돋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미래의 로봇은?

가사 로봇 '지수'가 주인 '미래'의 달콤한 아침잠을 깨운다. 이 로봇은 이미 식탁에 아침을 준비해놨다. 주인이 세면을 하고 밥을 먹는 사이 지수는 이미 입고 나갈 옷을 들고 나온다. 청소로봇 '경수'는 벌써부터 청소를 한다고 야단이다.

비서로봇 '똑똑이'가 하루 스케줄을 설명하고 있다. 이 친구는 이미 오늘 주인인 미래의 감정과 스트레스가 어떠한 지를 알고 있다. 최근 로봇 시장에 새로 나온 인간 감성을 읽어주는 칩을 내장했기 때문.

똑똑이는 인공지능 자동차와 우리말로 대화하면서 미래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음악을 틀어주도록 부탁한다. 출근을 하니 업무보조용 로봇 '일순이'가 오늘 결재목록을 핸드컴(손바닥만한 컴퓨터)으로 전송해 왔다.

TV를 켜니 인간과 로봇간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들은 로봇의 활약을 인정하면서도 로봇인간은 만들 수 없다며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한창 떠들어대고 있다. 로봇들은 자신들도 인간들에 못지 않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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