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시골밭에 심은 감나무 이젠 주렁주렁

어릴 때 제사가 없던 우리 집에 비해 옆집은 제사가 많았다. 제사지내고 난 아침에는 맛있는 음식이 오고, 그 중에 곶감반쪽이 늘 따라왔다. 그때의 그 곶감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시골에 사 둔 시집 밭에 6년 전에 남편이 감나무를 20그루쯤 심었다. 매년 잘 열리던 감이 작년에는 해걸이를 하는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곶감 만들 정도는 되었다. 아파트에서 곶감을 만들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깨고, 나름대로 곶감을 만들었다.

베란다 문을 방충망까지 모두 밤낮으로 열어 두어야 한다. 그러니 이 가을에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 저녁에 문을 열어두니 아침에 일어나면 꽤 춥다. 때아닌 파리채로 모기를 잡아야 한다.

곶감 맛을 아는 딸아이는 참을 만 하단다. 곶감을 만들면 친척들께 열 개 씩 나눠준다. 그러면 100개는 훌쩍 넘어버린다. 딸아이는 벌써부터 돈을 받아야 한단다.

모기가 갖고 간 내 피 값은 받아야 한다고. 태양초처럼 빠알간 곶감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냉장고에 두고 내년 봄까지 아껴먹어야지.

박영희(대구시 동구 효목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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