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경북 경산의 대구컨트리클럽 동코스 5번 홀 티 박스에 선 쏭단(15·중국 다롄시)양이 긴장한 표정으로 7번 아이언을 들었다. 쏭단이 날린 볼은 파란 하늘 속으로 날아가 가을 햇살이 비치는 잔디 위에 떨어졌다. "나이스~샷" 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졌다. 쏭단은 그제서야 자신을 향해 유독 큰 박수를 치는 박재훈(24)씨를 바라보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정신 지체 장애자인 쏭단은 이날 대구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지적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스페셜올림픽 동아시아 골프대회'에서 박씨와 함께 한 조를 이뤄 9홀을 2인 1조가 번갈아 공을 치는 스크램블 방식의 '수준 2(레벨2)'경기에 참가했다.
이들은 어설픈 동작으로 공 뒤의 잔디밭을 치거나 샷을 한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기도 했지만 일반인 골퍼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서로 자세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는가 하면 어깨동무를 하고 골프장을 걷기도 했다. 최근 골프에 부쩍 재미를 붙인 쏭단은 "골프장이 예쁘고 함께 한 오빠가 자상해서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김성철(28·가명·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씨도 같이 라운딩한 중국의 장애인 참가 선수와 하이 파이브를 하는 등 밝은 모습을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골프를 치기 시작한 김씨는 4월에 문을 연 서울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골프 교실'에 나가면서 더 많은 장애인 친구들을 사귀게 됐다.
미국 오레곤주의 세일럼시에서 온 더글라스 나이스(44)씨는 경기력이 떨어지는 참가자들을 위해 마련한 '수준 1(레벨 1)'경기에 참가했다. 연습장에서 드라이버 샷, 칩 샷, 롱 퍼트, 쇼트 퍼트, 벙커 샷 등을 겨루는 이 경기에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나이스씨는 8m 짜리 롱 퍼트를 성공시킨 후 중국 참가자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즐거워했다.
코치로 함께 온 멀 알버츠(51)씨는 "평소에 재활용품 수집 일을 하며 골프는 물론 볼링, 소프트볼, 농구 등을 즐기는 나이스는 이번에 동양인 친구들을 사귀게 돼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열린 스페셜올림픽 동아시아 골프대회는 당초 경기장을 찾지 못해 애를 먹다 대구컨트리클럽 회장이면서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직을 맡고 있는 우기정 회장이 경기 장소를 제공, 열리게 됐다. 스페셜올림픽은 장애인올림픽과 마찬가지로 4년에 한 번, 종목별로 열리며 이날 대회에는 6개국 66명의 지적 발달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