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터치)론스타 영장기각 재청구

법원과 검찰의 힘겨루기 공방이 새로운 라운드에 들어갔다. 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론스타 관계자들의 구속·체포영장을 모두 기각하자 검찰이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영장을 재청구했다. 기각된 영장을 보충하지 않고 재청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법원과 검찰은 여러 측면에서 나름의 주장을 펴고 있지만 사법 주도권을 둘러싼 볼썽사나운 공방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번 법-검 충돌의 논점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여론을 정리해보자.

▶ 충돌 내용과 주장

검찰과 법원의 입장은 제출된 영장과 기각 사유 설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검찰은 즉각 불만을 터뜨리며 11시간만에 영장을 재청구했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법원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법원은 7일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지만 검찰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양측의 견해가 너무나 차이 나기 때문이다.

우선 영장이 청구된 주가조작 사건이 중대한 범죄냐 아니냐가 공방의 초점이다. 법원은 "유죄가 소명되지만 영장을 발부할 만큼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증권거래법상 주가조작으로 5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혔을 때는 징역 5년 이상 중형에 처하는 중대 범죄이고 외국에서도 엄벌하는 추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범죄의 악의성에 대한 판단도 엇갈린다. 검찰은 주가조작을 위해 허위로 유포한 주체가 대주주인 점, 감자 계획이 대주주의 결정에 좌우된다는 점, 외환은행 집행부가 전혀 몰랐다는 점 등을 들어 가장 악질적인 유형의 범죄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외환카드 감자설이 충분히 공개된 정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영장 청구가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검찰의 의도가 담긴 점도 공방의 대상. 검찰은 국민적 관심 사건 규명을 위해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법원은 구속을 통한 인질수사는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외국인인 론스타 관계자들의 신병 확보를 둘러싼 공방도 뜨겁다. 법원은 미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 청구에 응하겠느냐면서 재판 중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사도 못한 사람을 기소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범죄 수사를 위한 범죄인 인도는 법무부와 검찰이 걱정할 일이지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의 소관이 아니라고 냉소했다.

▶ 충돌 배경에 대한 해석과 전망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영장 기각을 둘러싼 공방이 론스타 사건에만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사법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힘겨루기라는 것이다. 법조비리 사건으로 인한 고법 부장판사 구속, 대법원장의 법조 비하성 발언, 공판중심주의 등 올 들어 법-검 갈등의 여지가 많았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적된다.

법원의 경우 국민의 인권 보호를 앞세우지만 검찰에 대한 반감으로 영장을 기각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03년까지 한 건도 기각되지 않던 대검 중수부의 영장이 2004년 9.9%로 늘어나더니 올 들어는 8월까지 26.9%에 이르는 것은 법원의 오기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이다.

검찰이 구속·체포영장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11시간만에 재청구한 것은 법원의 공세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개별 사안을 두고 검찰총장까지 나서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 언론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논리를 적극 설명하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양측의 충돌은 7일 재청구된 영장을 실질심사한 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능성이 큰 쪽은 다시 기각되는 것. 법원이 재청구된 영장을 발부하면 앞서의 기각이 잘못된 판단임을 인정하고 검찰에 굴복하는 듯한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법원과 검찰의 충돌이 극한까지 치닫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법원이 모양새를 떠나 영장을 모두 발부한다면 갈등은 우선 봉합되겠지만 법원 내부에서 치열한 논란이 불가피해진다. 법원이 이런 우려를 감안해 영장을 선별적으로 발부하게 되면 검찰도 전면 대응이 어려워 갈등은 잠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양측에 대한 비판 내용

법원과 검찰에 대해 쏟아지는 여론은 대개 양비론이다. 충돌의 배경을 힘겨루기로 보면 당연한 주장이다.

양비론의 주된 논리는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고 국민 불신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법원과 검찰이 특정 형사 사안을 놓고 법리적 견해를 달리하면서 갈등을 빚는 것은 종종 있을 법하고, 또한 무턱대고 나무랄 일도 아니다. 두 기관의 역할과 기능, 임무가 다른 데서 빚어지는 이런 갈등은 토론과 조정을 통해 사법 발전의 에너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의 갈등이 감정적으로 흐르거나, 주도권 다툼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국민의 불신만 유발하는 국가적 낭비일 뿐이다.'(신문 사설)

양비론이라고 해도 비판의 주된 방향과 강도에는 차이가 있다. 먼저 법원의 문제점에 주목하는 의견을 보자. '판사 한 명에게 배타적 독점권을 주는 현 사법제도는 보편적 사회정의 실현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다. 론스타의 소송대리인이 대법관 출신을 비롯해 전직 법관들을 대거 쓸어간 대형 로펌이라는 사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법 위에 존재하는 사법부의 관행과 과연 무관할까?'(신문 칼럼) '기본적으론 법원의 영장 기각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법원은 검찰 수사가 잘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구금해 조사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해하기 어렵다. 영장전담 판사가 "미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 청구에 응하겠느냐"고 한 발언도 적절치 않다.'(신문 사설)

검찰의 즉각적 대응에 쏟아지는 비판도 만만찮다. '청구된 영장의 적합성 심사는 법원의 권한이며,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처분의 판단 요건을 가능한 한 좁게 해석함으로써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 자체는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감정적 언사를 쏟아내고, 기재 사실 변경 없이 오기 부리듯 영장을 재청구한 행위는 부적절하다.'(신문 사설) '영장 기각도 재판인 이상 검찰로선 법원의 수사보강 의견을 존중해 하루 이틀이라도 수사를 되짚어본 다음 영장을 보완해 재청구하는 게 순리다. 그게 법원·검찰의 상식적 관계 아닌가. 법원에 대해 정 할 말이 있으면 재판과정에서 법리적으로 얼마든지 따질 수 있다.'(신문 사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론스타 관련 영장 기각의 주된 쟁점과 비판들을 정리하면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 친구들끼리 법원, 검찰의 입장에서 이번 사안 또는 공판중심주의, 사법 주도권 확보 등에 대한 논리를 각자 펴면서 공방을 벌여 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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