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상 땅 찾자"…일제에 빼앗긴 옛땅 찾기 열풍

정부의 조상 땅 찾기 사업 및 일본인 명의 토지의 국가 귀속 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군사정권 등을 거치면서 조상 땅을 잃거나 억울하게 뺏긴 사람들의 옛 땅 다시 찾기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적인 현상인 고층아파트 및 신도시 건설 바람과 맞물려 개발 지역의 '금싸라기' 옛 땅을 찾으려는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대구시와 시내 8개 구·군에 따르면 조상 땅 찾기 사업의 대구권 신청자가 2000년 129명에서 지난해는 2천186명으로 20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 올 10월 말 현재 동구 317명, 수성구 241명, 달서구 234명 순으로 신청자가 몰렸는데 이는 동구 혁신도시 조성과 수성구 아파트 재개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열풍은 빈부와 신분을 넘어, 올해 수성구청의 경우 신청자는 단 한 평의 땅도 없는 '빈털터리'부터 모두 51필지 8만5천여 평을 소유한 모 사립고교 재단이사장까지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은 "일단 땅을 찾으면 가족에까지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많은 땅을 찾아갔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파트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브로커들도 설치고 있다. 아파트 사업자들은 해당 사업부지 소유권 이전 절차를 특정 업체에 전담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수수료나 일정지분을 갖는 조건으로 브로커들이 개입해 주인 없는 땅의 '후손'들과 거래한다는 것.

이같은 조상 땅 찾기 열풍은 정부의 일본인 명의토지 국가 귀속 권리보전조치가 끝나는 내년 초부터 더욱 몰아칠 전망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국유재산부에 따르면 1980, 90년대에 이어 지난 2004년부터 실시 중인 제 3차 권리보전조치에서 밝혀진 대구·경북의 일본인 명의 토지는 모두 1만7천400여 필지에 이르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국가 귀속 절차에 대한 공고 내용을 잘 모르거나 나중에 아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며 "도로 등 개발지역이라 땅값이 높거나 억울하게 일본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을 중심으로 국가 상대 토지반환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조상 땅 찾기 사업=상속 토지를 알지 못해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재산상속 여부만 확인되면 토지소유 현황을 바로 찾아주는 행정 서비스. 대상은 일본이 지난 1910년 지번 개념의 토지조사부를 도입한 뒤 한국전쟁 때 토지대장이 소실됐지만 군사정권 때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미등기된 토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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