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한 초선의원의 고민

기자는 평소 지역의 교육문제로 자주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과 5일 식사를 함께 했다. 표정이 밝지 않아 보였다. 대선 후보들로 부터 '협박'과 '회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이유였다.

자리에 앉자 마자 그는 "하루는 박근혜 전 대표 측 사람이 와서 도와달라 하고 다음 날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인사가 찾아와 손을 잡는다."며 "도와달라는 말에는 '돕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는 숨은 뜻이 있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느냐."며 조언을 구했다.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내 대권 주자 '빅3' 측근들에게 경선 과열을 조심해 달라는 당부를 했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

줄서기에 혈안인 의원들도 문제다. 전효숙 헌법재판관 내정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대치하던 지난 달 말, 동의안 처리 저지를 위해 의장석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던 박 전 대표가 당내 교육통인 이 초선 의원을 불러 사학법 문제점에 대해 30여분 간 의견을 들은 적 있다.

이 장면이 의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었던지 이후 이 의원에게는 자신이 박 대표 사람임을 전해달라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누가 봐도 이 전 시장측인 인사도 "내가 이 전 시장과 가깝다고 하는데 그건 와전된 얘기"라며 '양다리'를 걸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주변 인사들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이런 것이 정치구나!"라는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그도 정치적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비례대표는 연임이 금지돼 재선을 하려면 반드시 지역구 공천을 받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줄을 잘 서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욕심을 버리고 지금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지만 "특정후보가 잘되는 것이 한나라당의 목표는 아니지 않느냐?"며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줄서기'와 '줄세우기' 현상을 씁쓸해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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