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생각하기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둘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좋은 글을 쓰려면 그런 생각을 해야 하고, 좋은 생각을 하지 못하면 그런 글을 쓸 수가 없다. 훌륭한 글은 생각의 줄기를 만들어내는 論理力(논리력)이 따라야 가능하다.
글쓰기의 중요성은 인문'사회 분야는 물론 자연과학'공학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疏通(소통)에 기반을 두며, 글을 통해 그 능력을 키우는 일은 어느 영역에서나 중요하기는 매한가지다. 소통 능력은 전문 영역 안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 확보 차원에서도 뒷받침돼야 한다.
글은 또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메시지 이상의 느낌까지 향수할 수 있어야 이상적이다. 전달의 기술보다는 생각과 느낌의 내용이 더 중요하겠지만, 이를 담아내는 그릇과 분위기 연출 역시 그에 못잖게 중요한 건 표현 능력과 깊은 함수관계를 갖고 있는 탓이다. 그 능력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며 자신의 문제의식으로 엮어내는 기술에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요즘 일선 고등학교들은 대학 입시의 주요 變數(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論述(논술)'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학생들은 물론 지도해야 할 교사와 조언자가 되는 학부모들도 쩔쩔매는 실정이다. 대학들 역시 서울대가 앞장선 채 다퉈 논술 강화에 나서면서도 정작 가이드라인마저 내놓을 형편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대학 입시에 논술을 요구하는 건 글쓰기가 생각하기의 일환이고, 생각의 깊이와 힘이 논리력과 맞물려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더구나 그 힘은 인간 발달과 대학 修學(수학) 능력을 가늠하는 주요 요소라는 점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公敎育(공교육)은 여태 그 중요성과는 동떨어진 길을 걸어왔으므로 지금의 어지러움은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대학이 입시 전형에 논술의 비중을 강화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創意的(창의적)이고 종합적인 思考力(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논술만큼 유용한 방법이 없다는 논리에도 사정은 같다. 게다가 객관식 단답형 모범답안을 찍어내는 '붕어빵 교육'의 문제점을 푸는 길트기의 한 방법도 될 수 있을 게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눈앞의 현실이다. 우리의 공교육이 원론적 접근으로는 쉽게 解法(해법)을 찾기 어려운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원칙을 좇으면 다른 하나의 원칙이 흔들리게 돼 버린다.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 자율화'는 둘 다 추구해야 할 과제지만 때론 相衝(상충)하며, 이번의 논술 강화는 바로 이 점에서 부딪침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요즘 이 같은 혼란과 갈팡질팡 와중에서도 학원가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고 快哉(쾌재)를 부르는 모습이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는 물론 일선 고교와 입시학원에서도 논술에 대한 대비가 '안개 속'인데도 논술 교재들이 잘 팔리는 현상도 분명 '아이러니'다. 아무 책이나 논술 참고서라고 잔꾀를 부려 特需(특수)를 노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논술 교육이 공교육 차원에서도 이뤄져야 하며, 믿을 만한 논술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논술이 하나의 과목으로 자리매김할 성질의 공부에 속할 수 있을까. 어떤 과목의 공부라도 제대로 잘하면 저절로 '논술력'이 따르게 되지 않을까.
우리의 공교육이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우기보다 객관식 단답형 答案(답안)을 요구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만 치달아온 데 대한 궤도 수정이 요구된다면 지나친 원론이기만 할는지…. 논술이 어떤 문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어떤 판단이나 결론에 이르는 생각을 정확한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평소 어떤 과목을 공부하더라도 그런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무튼, 논술이 좋은 전형 방법이라 하더라도 일선 고교와 우리의 공교육 현실이 그런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여서 결국 私敎育(사교육) 시장을 살찌우는 파행으로 치닫게 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공교육의 장래를 생각하면 지금의 혼란을 넘어설 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하며, 반드시 그렇게 돼야만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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