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 5년 동안은 보험에 가입하실 수 없습니다."
지난 4일 김인영(30·여·가명) 씨는 보험사로부터 정신과 진료 병력 때문에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올해 서른.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가 6년째로 접어들면서 김 씨의 가슴 한 곳엔 말 못한 멍울이 졌다. 결국 수험준비로 인한 스트레스로 지난해 말부터 석 달동안 동네 신경정신과 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것. 김 씨의 병명은 '스트레스성 우울증'. 1주일 한 번 진료에 약물 치료가 뒤따랐다. 다행히 병원 치료로 김 씨는 나았다. 그러나 최근 어머니의 수술로 보험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됐고 보험 가입을 위해 보험사를 찾았지만 5년 동안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병원에 갔다는 이유로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야 했다."며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듯 스트레스 때문에 신경정신과를 찾은 게 무슨 죽을 죄라도 되느냐."며 하소연했다.
정신과 진료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이 않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병원에선 이를 사전에 알려줄 의무도 없어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환자 병력 및 치료기간 등에 따라 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탓에 보험 가입 조차 못하고 있는 것.
지난 2004년 이성 문제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로 한 달간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김지선(24·여·가명) 씨도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정신과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며 "치료를 받았다가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보험회사들은 환자의 상태 및 진단 내용에 따라 보험가입 여부가 결정될 뿐, 정신과 병력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진료 뒤 5년이 지나면 보험 가입이 가능하긴 하지만 우울증은 겉으로 확인이 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자살 등 문제가 생기면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솔직히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이들에 대해 위험을 부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보험사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정신과 한 교수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람들은 여러 부류의 질병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보험가입 가능성에 대해 일일이 알려주기 힘들다."며 "1, 2주간 치료를 받는 노이로제 증상 같은 것도 있는데 보험사 측이 단지 짧은 진료 경험을 들어 보험가입을 차단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