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들, 연말 종자돈 푸는 사연은?

"새 지폐 때문이야"…내년1월 1천원·1만원권 신권 유통

각 금융기관들이 연말을 맞아 수백 억 원에 이르는 종자돈을 풀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새 1만 원권과 1천 원권이 유통되면서 새 지폐 인식이 가능한 자동화기기를 구입하는데 거액을 들이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은행 자동화기기의 핵심부품이 전량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일본이 때아닌 '이웃나라 새 돈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구은행은 최근 노틸러스효성(주) 등 3곳의 금융자동화기기 생산업체와 계약을 체결, 1천700여 대의 자동화기기 가운데 500여 대를 전량 교체하고, 1천200여 대는 기기내 부품만 일부 바꿔 새 지폐 유통에 대비키로 했다. 대구은행은 새 지폐 유통에 대비, 모두 200억 원의 비용을 들여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보다 규모가 더 큰 시중은행은 자동화기기 숫자가 대구은행의 10배가 훨씬 넘을 것"이라며 "이번 지폐 변경으로 금융권이 지불해야할 돈이 수천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대구은행은 1천 원권과 1만 원권이 내년 1월 22일부터 유통됨에 따라 그 이전에 자동화기기 정비를 끝낼 계획이다. 자동화기기는 재활용이 안돼 교체되는 것은 전량 폐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자동화기기 생산업체가 5곳 정도 있지만 CD-ATM기(현금 입출금기)의 핵심부품인 BRM(횡방향 지폐환류 모듈)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우리 기술로는 BRM을 만들 수 없으며 BRM가격은 CD-ATM기 1대 가격(약 2천500만 원)의 40%나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새 지폐 교체가 일본 기계제작업체의 특수로 이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이 은행 창구 직원을 줄이고 자동화기기를 갈수록 늘리고 있는 가운데 BRM수입을 위해 한해 수천만 달러의 자금이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노틸러스효성 한 관계자는 "BRM 국산화를 위해 산업자원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연구중"이라며 "내년 국산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연구 노력을 거듭하고 있지만 당장 수입 대체는 어렵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경산조폐창에서 1천원 권 및 1만 원권 지폐 인쇄가 한창 진행중이며, 연내로 새 10원짜리 동전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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