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치단체장 줄줄이 재판..'행정공백'

전국서 49명 기소.수사중, 재선대비 선거운동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의 광역.기초 자치단체장 중 49명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되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이미 당선무효에 직면하는 등으로 행정공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내년의 보궐선거를 의식, 출마 예정자들이 벌써부터 은밀히 선거운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선관위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8일 연합뉴스가 전국 법원과 검찰을 상대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5.31 지방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은 현역 자치 단체장은 광역이 3명, 기초가 46명 등 49명에 이른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한나라당 당내 경선과정에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 오는 24일 선고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공무원들과 공모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달 19일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8건에 이르는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오다 지난 5일에야 모든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김희문 경북 봉화군수는 5.31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대가로 측근을 통해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김 군수는 군수 취임 직전 구속수감돼 취임식도 열지 못한 채 100일이 넘게 철창 신세를 지고 있다.

조규선 충남 서산시장은 지난 9월 28일 열린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당선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택수 경기 양평군수의 경우 지난 4월 간부 공무원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고 지지를 부탁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5일 2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군수직 상실위기에 처했다.

전형준 전남 화순군수는 당비 2천400여만원을 대납하고 240여만원 상당의 수건 800여장을 유권자들에게 나눠준 혐의 등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구형받아 판결을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밖에 창원지검이 지난해 12월 공연 티켓을 선거구민에게 돌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김종간(55) 경남 김해시장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고 남상우 충북 청주시장은 지방선거 후보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 9월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기소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또 김대수 강원 삼척시장은 선거구민들에게 7천2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고 2심 계류 중이며 이병학 전북 부안군수는 지난 7월 군수 취임 한달여만에 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10월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처럼 전국에서 각급 단체장들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 지면서 업무차질은 물론 행정공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충남지사는 당초 9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농수산물 판촉전 개막식 참석 및 아이오와주와의 교류추진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둬 불참하고 행정부지사가 대신 방문키로 했다.

김 제주지사는 지난 7월 1일 취임과 동시에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위해 해외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야 할 입장이지만 검찰 수사에다 1심 재판에 묶이면서 투자유치활동에 못 나서고 있다.

최용수 경기 동두천시장은 업자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3일 검찰에 구속됐는데 그 동안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해온 영상문화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한 대형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조 서산시장은 10월 이후 6차례나 오후시간에 5시간씩 연가를 내자 주변에서는 상고심에 대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권영택 경북 영양군수도 선거 기간 '문중 재실 수리비가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유권자에게 현금 3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가 지난달 2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군수권한 행사가 정지되는 등 경북 봉화를 비롯해 전국의 상당수 자치단체장들이 직무수행을 못해 부단체장이 대신 보고 있다.

한편 경북 봉화와 영양군 선관위는 현직 군수들이 당선 무효형 선고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일부 출마 예정자들이 재선거에 대비, 움직이자 이들의 동향 파악에 나섰다.

이에 대해 각 지역주민들은 "구속되거나 기소된 단체장들이 취임 직후 지역 발전이나 공약 실천을 위한 노력보다 검찰.법원 등 사법기관을 오가며 업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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