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한 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생인 진환(가명)이는 오는 10일 4박5일의 일정으로 일본여행을 떠난다. 그는 "형편이 괜찮다는 친구들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외국여행을, 그것도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나서게 됐으니 설레고 흥분돼 마음을 도통 진정시킬 수가 없다."고 했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는 포항지역 5개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중학생 30여 명과 인솔 복지사 등 모두 40명. 이들을 더욱 기분좋게 만드는 것은 이번 여행이 모두 공짜라는 사실이다.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 때문이다.
"쑥스럽습니다. 저희들이 애들을 돕는 게 아니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인데요. 이렇게 사랑을 나누고 나면 우리 일도 훨씬 잘 풀리거든요."
진환이 일행의 여행경비를 부담한 사람은 포스코 제강부에서 일하는 강종모(54·포항 지곡동) 씨와 부인 윤정일(51) 씨. 여기에 윤 씨가 지점장인 '여행박사' 포항지점 직원들인 고창현(39), 홍신정(26·여), 손지영(25·여) 씨도 도움을 같이 보탰다.
강 씨는 포항지역 복지시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소문난 후원자다. 몇 년 전부터 회사에서 받는 연봉의 25%가량을 지역의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다. 또 아내 윤 씨는 부업을 시작하면서 수익금의 10%를 봉사활동기금으로 내겠다고 다짐하자 고 씨, 홍 씨, 손 씨 등 동료들도 월급에서 일정액을 적립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해외여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로 3번째다.
2004년에는 1천600만 원을 들여 성모자애원의 지체장애우 등 40명에게 4박5일 일본여행의 기회를 줬고 지난해에는 무의탁 독거노인 등 80여 명의 중국여행에 500만 원을 지원했다. 올해 지원규모는 1천600만 원가량.
윤 씨는 "혼자 벌어 온가족이 생활하거나 장기 실직자들도 많은데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으니 수입의 일부를 내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고, 홍신정 씨는 "남을 도우면서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 씨 부부와 여행박사 직원들의 선행을 지켜본 사회복지사 이동형 씨는 "대기업도 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일을 불과 다섯 명이 꾸준히 이어가는 것을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고 했다.
이들에게 사진 한 컷만 찍자고 했는데, 윤 씨는 "드러낼 일 아니다."며 나타나지 않았다. 강 씨 등 다른 사람들도 쑥스럽다며 어색해했다. 하지만 예쁘고 아름다워보였다.
포항·박정출기자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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